"잊혀진 영웅, 브래들리 매닝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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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영웅, 브래들리 매닝을 석방하라"
  • 김나래 기자
  • 승인 2013.02.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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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범죄 전세계에 폭로'... 평화단체 "그는 평화의 영웅"

▲ 미국의 전쟁범죄를 전세계에 알린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 일병. 그러나 매닝 일병은 조국의 전쟁범죄를 알렸다는 이유로 1000일째 감옥에 갇혀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의 양심과 지성이 그의 석방을 호소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87년생 한국 나이로 25살, 미국의 젊은 군인이었던 '브래들리 매닝(Bradley Manning)' 일병은 한순간, 미국의 가장 위험한 적이 됐다.

미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던 매닝은, 2010년 4월 국가와 기업의 불법행위를 폭로하는 세계적인 사이트 <위키리스트>에 미 국방부의 이라크-아프간전 비밀문서와 국무부 외교기밀문서 '25만건'을 폭로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미국의 지극히 인간적인 영화와 달리,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국가로부터 참혹하게 버려졌다.

미국 정부는 브래들리 매닝을 '미국의 중요한 외교전문을 유출한 범죄자'로 인정해 감옥에 수감했다.

그러나 전세계인은 그를 "미국의 전쟁범죄를 고발한 세계의 영웅"이라 부른다.

그 영웅이 지금 우리 뇌리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세계를 위해 어떤 의로운 일을 했는지,  참혹하게 지속된 전쟁놀이, 살인놀이를 어떻게 홀로 막아냈는지 대부분 모르고있다.

그는 스스로, 영원히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버티고 있던 전쟁왕 골리앗을 향해,  정의라는 물맷돌을 던진 다윗이 됐다.

그런 그가 지금, 영화속 멋지게 사는 영웅과 달리, 지독한 고통속에 갇힌 채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닝의 의로운 행동이 한순간, 간첩죄 등 22개의 죄목으로 둔갑해 꽃화관 대신 그의 목에 무겁게 내걸렸다.

자유와 법을 노래하는 고국에서 매닝은 2010년 5월부터 재판도 받지못한 채 수감중이다.
그리고 이번 달 23일은 이 영웅이 고통스럽게 갇힌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감옥 안의 그는 법치주의 국가라고 믿을 수 없는  참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수감된 감옥안에서 11개월동안 도대체 어떤 일을 겪은 것일까?

매닝은 고국으로부터  2010년 3월 이라크에서 긴급체포되어 쿠에이트에 잡혀있다가, 7월에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군 구치소로 이송됐다.

그곳에서 그는 최악의 가혹한 구금 상태로 이 순간에도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이처럼 참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유엔(UN) 특별보고관 '후안 멘데스'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후 그는 보고서에서  "매닝은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동안 독방에 갇혀있다. 이는 매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사이다"라며 미국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또한 국제 인권기구 '엠네스티 인터네셔널'은 미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로 행동했다.

▲ 미국의 전쟁범죄를 폭로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구하기 위한 전세계 반전 평화세력의 평화행동이 22~23일(한국시간) 일제히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22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단체 나눔문화가 매닝 일병의 석방을 요구하는 1위 시위를 벌이며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 데일리중앙
실제로 매닝은 2011년 3월 11일,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11쪽의 편지에서 "이들은 이달 2일부터 매일 밤 검열 시간에 나를 발가벗기고, 간수들이 목격하게 한다. 이것은 불법적이며 재판도 하기전에 가행된 잘못된 처벌행위다"라고 밝혔다.

그에 대한 가혹행위는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비열하고 잔인한 행태로써 다음과 같이 지속하고 있다.

"24시간 모니터로 나를 감시하고 모니터에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즉시 깨운다. 500시간 동안 잠들지 못하게 한다. 하루 동안 눕지도 벽에 기대지도 못한채 똑바로 서 있게 한다. 독방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손과 발을 묶고, 개인용품도 못갖게 하고 운동도 금지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조차 허가되지 않는다."

매닝은 "2010년 1월 18일부터 사흘동안 '자살감시대상'으로 지목돼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이 벗겨지고, 안경도 압수당한ㅊ 맹인과 같은  상태로 앉아 있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를 세밀히 검사한 해군의 한 군의관은  "그가 자살할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다.

"간수들이 검열 시간에 나에게 옷을 벗은 상태에서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채, 3분 정도 서있게 한다. 또, 다른 간수들이 자신의 감방으로 가면서 벌거벗은 나를 보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나의 나체를 보게 만드는 행위는 정말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이같이 처참한 인권유린이 밝혀지자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2011년 3월 10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다음과 같이 맹렬하게 지적했다.

▲ 미국의 전쟁범죄를 폭로해 수감된 미국 육군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감옥에서 처참한 인권유린을 당한 사실이 밝혀지자, 2010년 당시 미 국무부 크롤리 차관보는 미국 정부를 정면에서 비판한 뒤 사임했다.
ⓒ 데일리중앙
매닝에 대한 가혹행위는 "터무니없고, 비생산적이며,어리석었다"라며 미 국방부와 오바마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의  미군 수감 병사에 대한 처우는 정당하다"고 말해, 그의 발언에 대한 불편함을 돌려서 표현했다.

결국, 미 행정부가 크롤린 차관보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는 양심을 지키기위해 자진사퇴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성명을 통해 "내 발언의 영향을 감안해 모든 책임을 진다.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이자 대변인 직책을 사임한다"며 깨끗이 물러났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크롤리 차관보의 사임에 대해 "30년 이상 군인과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한 크롤리 차관보의 사임을 수용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반인륜적인 대우를 받으며 수감된채, 점점 조용히 잊혀져가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의 수감일은 23일 1000일이 된다.

그를 향한 전세계인의 지지는 휴화산인듯 보이나, 조용하고 뜨거운 활화산이다.

미국 안에서 그를 지지하는 후원자들은 2010년 8월 28일부터 열린 매닝의 재판전 청문회에 후원금을 모금해 보냈고,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또한 매닝을 위해 '프리 네트워크'는 1인시위를 지속하며, 그를 위한 법률적 비용부담을 지원하고, 전세계적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그의 석방 촉구와 그를 위한 실질적 후원을 아낌없이 책임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전세계의 자유·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며 오늘도 함께 불의와 싸우고있다.

그들은 희망의 이유로 정의와, 진실 그리고  언론자유가 인정된 '펜타곤 페이퍼 판결'을 품고있다.

브래들리 매닝의 폭로와 비슷한 주제로 벌어진 '펜타곤 페이퍼'사건은 베트남전 당시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기록한 250만 자료로 구성된 총 47권의 방대한 문서에 관한 폭로이다.

이 문서의 공식 명칭은 '미-베트남 관계:1945-1967'로써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의 책임아래 작성된 '미국 국방성 1급 비밀문서'이다.

사건은 이 문서를 작성할 당시 참여했던 사람 가운데, 당시 MIT부설 국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이었던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lsberg)'가 문서작성 완료 즈음에 미국의 인도차이나 개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미국 국방성의 1급 비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를 양심에 따라 두려움 없이 세상에 폭로했다.

이렇게 베트남 전쟁의 허상을 세상에 고발한 엘스버그는 "개인의 안위보다 평화와 진실을 먼저 생각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이유로 2006년 대안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을수상했다.

한국의 평화행동
대학생나눔문화 김연은(22)씨가 22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전쟁범죄를 폭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지금 브래들리 매닝이 처한 상황과 매우 대조되는 지극히 당연한 대우였다.

그의 용기로 인해 전세계인은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포장된 베트남전쟁이 사실, 미국 정부와 군수기업체, 광신적 반공주의자들이 뭉쳐 이뤄낸 침략전쟁이라는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인은 미국 정부에게 브래들리 매닝의 정의로운 행동을 가둔 처참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그를 영웅답게 대우해 줄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2012년에 매닝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됐으며 많은 이들의 정신적 멘토들이 그 사실을 지지하고 "매우 합당한 대우"라는 뜻을 밝혔다.

아쉽게도 수상은 실패했지만, 그의 용기는 '피의 땅을 평화의 땅으로 변화시킨 실질적 영광'이라는 성공으로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미군의 참혹한 이라크 민간이 사살 동영상을 공개한 그의 용기로인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포장속에 감춰둔 '10년간의 전쟁범죄'가 증명됐고, 튀니지와 이집트 독재정권의 부정부패 사실을 밝힌 정의는 2011년 초,아랍권을 휩쓴 반정부시위 '아랍의 봄'을 이끌어내어 아랍 민주화혁명의 모퉁이 돌이 됐다.

우리나라 역시 브래들리 매닝을 향해 평화적 방법으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매닝은 올해 6월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자칫 종신형이라는 무고한 형벌이 그를 덮칠지 모를 매우 중대한 순간이다.

나눔연대는 매닝의 용기를 알림과 동시에 6월에 있을 그 판결을 통해, 그가 참 자유의 옷으로 갈아입기를 바라는 간절한 몸부림으로 '1인 시위'라는 실천행동으로 세상에 나왔다.

'생명·평화·나눔'을 비전으로 행동하는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는  2011년 브래들리 매닝의 수감소식을 듣고  '평화적인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어, 나눔문화의 대학생 모이인 '대학생나눔문화'와 함께 지금도 조용하고 엄중하게 매닝의 진실을 알리고 있다.

그들은 오늘(22일)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이라는 큰 물살 앞에, 매닝의 자유를 향한 또 하나의  '1인시위 돌다리'를 올려놓는다.

고요하게 서있는 그 외침은 앞으로, 그가 이 세상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날 그날까지 평화적 촉구로써 지속될 것이다.

전세계에 평화를 건넨 이 영웅에게 우리는 지금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김나래 기자 nlkim007@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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