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 합동분향소 앞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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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추모... 합동분향소 앞 빗물
  • 김용숙 기자·석희열 기자
  • 승인 2015.04.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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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세월호 추모 물결... 오늘 저녁 서울광장, 대규모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1년, 지금도 국가는 없다."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석희열 기자] "세월호 참사 1년, 지금도 국가는 없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는 없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9박12일 일정으로 콜롬비아 등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데 대해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의 행적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었다.

'식물 총리'나 다름없는 이완구 총리에게 국정을 맡겨놓고 홀연히 출국하는 박 대통령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승객을 두고 저 혼자 살겠다고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온 것에 빗대기도 한다.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는 16일 오전 8시께부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유족들은 마침 합동분향소를 찾은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을 보자 "여기 뭐하러 왔냐" "4.29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 쇼하러 왔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는 "당신은 분향할 자격이 없다"며 합동분향소 입장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고함을 지르고 깃잘을 내던지는 등 격한 상황이 벌어졌다. 또다른 유족은 "둘째 딸 죽고 큰 딸마저 죽게 생겼다"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기도 했다.

"정부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라!"
이 총리는 "다음에 오겠다"며 결국 분향을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오전 9시30분께는 안산 단원고 1,2학년 학생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학생들은 국화꽃을 바치며 하늘나라로 간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을 추모했다. 어떤 아이는 정성껏 써온 엽서를 바쳤고 먼저 간 언니를 추억하며 애달피 흐느끼는 학생도 있었다.

오전 10시, 안산시 일대에는 추모 싸이렌이 울렸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묵념을 올리며 어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했다.

잠시 후 합동분향소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안산시민사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마이금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의 세월호 참사 이후 경과 및 시국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성역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만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과 선체 인양에 머뭇거리는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정부 시행령 즉각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 철저한 진상규명(정상적인 특조위 출범)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는 없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1년 전 그날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 엄청난 국가적 참사의 보고조차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1년이 지난 오늘 대통령은 아예 자리를 비울 계획을 미리 세웠다고 한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은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 즉각 폐기와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부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라!"

"땅의 별들이 하늘로 올라갔네요.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실을 알기 위해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낮 12시. 어린 넋들의 원통한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지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눈물처럼 쏟아졌다.

합동분향소 밖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란색 엽서들이 줄지어 도열했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며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과 단원고 학생들은 원통한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내용의 글을 엽서에 정성껏 적었다.

또 실종된 9명이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우리 국민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눈물나는 사연들도 눈에 띄었다.

"땅의 별들이 하늘로 올라갔네요.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실을 알기 위해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ㄱ씨는 <데일리중앙> 기자와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 여야 정치권을 향해 "4.29재보선을 앞두고 무고하게 희생된 학생들과 유가족들을 정치에 악용하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유족들이 반발하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분향식이 끝난 뒤에는 추모제 참석자들이 단원고까지 4.8km를 걷는 추모 걷기 행사가 진행된다.

진도 팽목항에서도 추모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진도 군민과 유가족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법회와 미사 등 각종 종교행사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또 서울 광화문 서울광장에서는 저녁 7시부터 세월호 1주기 추모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경찰은 차벽을 치고 물대포를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충돌이 빚어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세월호 1주기 추모 물결이 이어진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캐나다 밴쿠버, 일본 도쿄 등지에서 추모 집회와 행진, 사진전 등이 펼쳐진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장 취재 김용숙 기자/ 정리 석희열 기자

김용숙 기자·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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