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 분열된 야당, 개혁과 연대위한 큰 틀의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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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칼럼] 분열된 야당, 개혁과 연대위한 큰 틀의 혁신 필요
  • 김인회 기자
  • 승인 2015.05.2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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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극복 정당간 연합 위한 기초, 권역별비례대표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웹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단비칼럼 56'의 전문을 미래연의 동의를 얻어 데일리중앙에 싣는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이다. 필자인 김인회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미래연 원장직을 맡고 있다.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다 - 편집자 주

▲ ⓒ 데일리중앙
현재 한국 야권은 분열 중이다. 거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분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부 균열이 심각하다. 정당 사이의 분열도 정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새정연과 정의당, 노동당, 구 통합진보당, 국민모임 등 정당 사이의 분열도 심각하다. 야당 사이에 야권 연대나 정책 연대를 감히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이다. 가히 야권 분열의 시대다.

야권은 분열하면 승리하지 못하다. 승리하지 못하면 정권을 잡지도 못한다. 그러면 야권은 공멸한다. 한국에서 야권 연대 혹은 야권 통합은 집권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야권 분열의 시기이다. 모두가 야권분열은 안된다고 하면서도 거침없이 분열하고 있다. 현재 분열을 극복할 만한 리더십, 정서, 제도는 보이지 않는다. 새정연이 혁신위원회를 꾸리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야권 연대를 위한 최소 요건인 리더십도 쉽게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

분열 극복할 리더십, 정서, 제도 실종...'담판짓기식 연대'는 불가능

할 수만 있다면 야권의 지도급 인사 모두를 한방에 가두어 놓고 싶다. 야권 혁신과 야권 연대에 대해 서로 완전히 합의할 때까지 아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싶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야권 연대가 가능할까? 이런 식으로 야권 연대를 위한 혁신방안이 마련될 수 있었다면 벌써 야권 연대는 이루어졌을 것이다. 뭔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담판을 짓는 방식의 야권 연대는 지금은 불가능하다.

조국 교수의 지적대로 동지애는 야권의 단합과 연대, 혁신방안 마련의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유력한 방안도 아니다. 이미 수많이 제안된 정당혁신방안도 야권의 단합과 연대를 위한 기초가 되기는 어렵다. 정당혁신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정당 혁신을 위한 동력, 지도력도 실종되어 버렸다.

야권분열 속에 지역은 '정치신인 무덤'으로

야권이 분열하고 혁신을 지체하고 있는 동안 지역은 망가지고 있다. 아직도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지역은 새로운 인물의 무덤이 되어 버렸다. 현행 선거구조에서는 엄청난 정권교체의 열망과 소수 야당이 희생되는 야권 연대가 없다면 지방에서 민주적인 정치신인은 등장할 수 없다. 현행 시스템 하에서 영남과 호남 모두 지역에서 야당의 정치신인이 등장하는 것은 거의 요행에 가깝다.

지역에서 올바른 정치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3번 정도 낙선해야 하는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그것도 최소한이다.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김영춘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물들은 엄청난 희생을 하고도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이들도 정계로 진출할 수 없는데 과연 누가 선뜻 정치에 나설 것인가.

혁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어야 가능하다. 공천개혁을 이야기하는 근본 이유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다. 새로운 인물이 정당에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야당도 혁신될 수 있고 야당이 혁신되어야 민주적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구조적으로 새로운 인물이 가장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곳은 지역이다.

그런데 지역주의 정치구조,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역은 정치 신인들의 무덤이다. 김부겸과 김영춘이 당선되지 않는 한, 지역에서 새로운 인물은 정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모범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이 없으니 지역정치는 살지 못하고 지역정치가 살지 못하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 못한다. 악순환구조이다.

현행 선거구제로는 정당간 연합, 정치신인 발굴, 정치혁신 불가능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데일리중앙
결국 문제는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야권이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공감대, 공동의 실천, 제도적 기반,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중 현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 기반이다. 정서적인 공감대와 공동의 실천이 이미 사라졌다.

한국의 지역주의 정치는 제도적으로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 구조 하에서 소수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구조적으로 배제한다. 지역주의 구조 하에서 소선거구제는 많게는 30%-40%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당은 지역정당이 되어 버린다. 망국적인 지역감정,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정당의 위기, 대의정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다. 크게 보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소수 야당은 지역에서 정치신인을 발굴할 수 없고 새로운 인물을 충원할 수 없다. 새로운 인물이 충원되지 않으니 정당 혁신도 할 수 없다. 소선거구제는 정당혁신을 막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소수 야당이 정계로 진출할 수 없으니 정당간의 연합이나 연대를 구상할 수 없다. 안정적인 의석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의 연합이나 연대는 정당의 선의에 기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당의 선의란 사실상 소수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선관위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치개혁안

문제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이러한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 권역별 비례대표제 구상을 발표했다. 중앙선관위가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안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내용을 보면 더욱 놀랍다. 그리 개혁적이지 않은 이미지의 중앙선관위가 참으로 개혁적인 구상을 발표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는 것,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동시에 입후보하도록 하면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 중에서 상대득표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동시 입후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시도에서 소속정당의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그 시도 전체 지역구 수의 1/5이상이면 당선인이 될 수 없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19대 국회의원선거를 기준으로 새누리당은 광주, 전북, 전남에서 14명의 당선자격인을, 새정치연합은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에서 44명이 당선자격인을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의 예상이다. 물론 이 많은 수가 모두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정당은 곧바로 전국정당이 된다. 정당별 의석은 권역별 총의석을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나누어 의석할당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한다. 이때 의석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합으로 결정한다.

중앙선관위의 구상은 각 지역별로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에 충실하다. 그리고 목표는 지역정당,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고 전국정당을 만드는데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연이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한 이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리고 소수정당의 정계진출을 가능하게 하여 연립정부도 구상할 수 있도록 한다. 현시기 정치개혁의 핵심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 극복, 야권에도 유리한 선관위 제안

그런데 중앙선관위의 제안은 현재 표류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획기적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제안이 정치개혁의 핵심을 찌르고 있음에도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연도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지 않다. 두 정당 모두 지역정당에 머무르고 전국 정당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현행 구조의 개혁을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개혁동력이 없어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소수 야당도 이 제안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차가운 반응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유일한 합리적인 해석은 중앙선관위의 제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세력이 서로 암묵적으로 중앙선관위의 안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찬성 의사는 참으로 일부의 의견일 뿐이다. 어쩌면 안될 줄 뻔히 알면서 변명용으로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도무지 정당의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제안은 특히 야당에게 유리하다. 야당 연대의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하에서 야당연대, 연립정부 시도는 오로지 정당의 선의에 기반한다. 구체적으로 소수 야당의 포기를 강요한다. 소수 야당은 야당 연대라는 명분 하에 정계진출 포기를 강요당한다. 야권 연대를 하기 위해서는 야당 모두가 자신의 지분을 정확히 알고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이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연립정부 구상은 소수 야당이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연립정부 구상이 구체화되면 될수록 야권 연대는 구체화되고 따라서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동시입후보제, 전부는 아니지만 유력한 정치개혁안

현시기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구상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국회의원 숫자 증원이나 중대선거구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조그마한 틈을 발견한 구체적인 개혁안이다. 기득권을 넘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전국정당을 실현하며 정당개혁도 가능하게 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그리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야권 연대와 야권 혁신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방안이다. 한국 정치와 야당이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선거구제 개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새정연은 또다시 혁신의 소용돌이로 뛰어들어가고 있다. 정당 내부의 혁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새정연의 혁신은 내부의 혁신에 그쳐서는 안된다. 큰 틀에서 한국 정치의 개혁과 야권 연대 구상을 바탕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구제 개혁 자체가 정당 혁신의 내용 중의 하나이다. 새정연은 혁신의 주요 내용으로 중앙선관위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정치협의를 통하여 이를 구현해야 한다. 이럴 때에만 정당 내부의 혁신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김인회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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