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29]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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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29] 거울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11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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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젊었을 때부터 거울을 잘 보지 않았습니다. 자주 들여다 볼 만큼 잘 생긴 얼굴도 아닌데다 찍고 바르고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였습니다.

태화산으로 내려온 뒤에는 더 그랬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주변에서만 머문 날에는 솔직히 고백해 씻는 것도 대충대충이라 거울은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끔씩 거울 앞에 섭니다. 한동안 말없이 거울 속의 나를 응시하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읽은 스티브 잡스의 이 말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내 자신에게 묻는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해도 오늘 내가 하려고 하는 이 일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지요.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메멘토 모리.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의 역사 뒤에는 그런 반면의 거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글을 읽고난 뒤로 저도 가끔씩 거울을 봅니다. 메멘토 모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사되는 내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합니다. 그러면 또다른 내가 보입니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 외형은 같지만 어딘가 분명히 다른 두 개의 나. 어쩌면 그것이 나의 참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솔직히 거울 밖의 나밖에 몰랐습니다. 이제부터는 거울 속의 나도 보고 알아가겠습니다. 그래야 나를 제대로 알고, 완전한 나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하는 영화 제목이 생각납니다. 그 뒤에 저는 다음의 한 문장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래 가끔 거울도 보자!"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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