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30]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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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30] 로드킬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12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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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며칠전 읍내로 향하다 마주친 광경입니다. 어느 차에 어떻게 갈렸는지 머리는 잘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몸뚱이만 덩그러이 길 위에 나뒹굴었습니다.

도로 위에서 당한 불의의 죽음, 로드킬. 보기에도 끔찍해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뒷목을 잡아당기는 서늘한 기운이 있어 차를 세우고 나와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것이 결코 저 녀석만의 경우는 아닐 것입니다. 사람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죽음은 우리에게도 가까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피하고 외면합니다. 저 멍청한 녀석이나 그렇지,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나이가 들어도 병에 걸려도 마찬가집니다.

그만큼 죽음이 무섭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죽음이 무서운 건 죽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고개를 돌리기 때문입니다. 모르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두려운 것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인데도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죽음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살고 왜 죽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준비하면 훨씬 잘 대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메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저 로드킬처럼 불시에 찾아든 죽음의 그림자. 하루빨리 진정이 되어 평온을 되찾길 기원하면서 죽음이 늘 곁에 있음을 인식하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저 로드킬처럼 말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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