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35] 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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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35] 바람개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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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김삿갓면 소재지에 있는 옥동중학교입니다. 학생들이 만들어 세웠는지 교정의 담을 따라 바람개비가 늘어서 있습니다.

저것을 들고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잠시 차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들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바람개비는 정물처럼 멈춰 서 있었습니다. 종이를 자르고 접어붙인 그저 그런 하나의 장식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었고, 그러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세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 바람개비 본연의 모습으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람개비가 돌기 위해서는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바람이 없는 바람개비는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일 뿐입니다.

그러니 바람개비에게 있어 바람은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기운이 없고 힘이 빠져 축 처져 있다가도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뛰고 생기가 돌게 하는 저 바람개비의 바람같은 사람 말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요구도 없이 바람개비를 바람개비로 만들어 주는 바람, 생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는 바람.

저는 님에게, 님은 저에게 그런 바람과 같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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