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47]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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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47] 경계인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7.0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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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근래 들어 제가 마음으로 공감하는 인물입니다.

남성적인 매력의 파이터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랑이 아빠로서의 자상함 때문도 아닙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의 어려움을 딛고 한국인이자 일본인으로 멋지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 또한 경계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과 농토는 단양군 영춘면(충북)에 두고 있으면서 주소를 영월군 김삿갓면(강원)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협동조합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조합 사무실 소재지로 주소를 옮긴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지방의 군소 지자체는 인구수가 중요합니다. 군민 수에 따라 지방교부금 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귀농 귀촌인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 단양 쪽에 계신 분들이 좋아하겠습니까?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배신자 기회주의자 보듯 하는 것이 언뜻언뜻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삿갓 쪽에서 환영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조합에 참여해 함께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낯선 이방인이 설치고 다닌다,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없지 않습니다.

역지사지라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저 또한 그분들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은 경계인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제 업보입니다.

추성훈 선수가 인정을 받은 건 실력 때문입니다. 이를 악물고 노력해 뛰어난 선수가 되자 양국 모두 자기네 선수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가야할 방향 또한 분명합니다. 계획하고 있는 각종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김삿갓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 영역을 영춘면으로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강원인도 충북인도 아닌 경계인이 아니라 강원인이자 충북인으로 환영받을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20주 넘게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책이랍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이겠지요. 지금의 제게 가장 필요한 용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위안이 됩니다. 다른 용기는 몰라도 미움받을 용기는 가지고 있다고 제 스스로 믿고 있으니까요. 그 용기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제 자신을 믿고 있으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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