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해외 광구 '뻥튀기 매입'... 국제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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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해외 광구 '뻥튀기 매입'... 국제호구?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5.08.17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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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트 생산광구 1조400억원 비싸게 사들여... 전정희 의원 "명백한 배임행위"

▲ 석유공사의 '석유개발사업 투자기준 및 절차' 내부 투자지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해외 생산광구를 사들이면서 유전 매장량 인정범위를 과다하게 산정하는 투자기준을 마련해 수조원대의 손실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자산가치보다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해외 광구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는 해외에서 '국제 호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몸집 불리기를 통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석유개발사업 투자기준 및 절차'라는 내부 투자지침를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국제표준과 달리 개발·생산광구에 대한 매장량을 산출할 때 ▷확인매장량(P1)과 추정매장량(P2)을 100% 인정하고 ▷가능매장량(P3)은 전략적 선택에 따라 추가로 매장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표준은 기술적 검토를 통해 확인된 확인매장량(P1)도 현금화하는 데 위험요소를 고려해 확률론적 방식으로 90%를 인정하고 있다. 또 추정매장량(P2)은 50%, 가능매장량은 10% 이하만을 자산가치로 인정하고 있어 석유공사 내부 지침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국제표준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발·생산광구를 매매할 때는 추정매장량(P2)의 경우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 매장량에 대한 자산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하물며 가능매장량(P3)를 자산가치로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위험요소(Risk)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정론적 방식으로 ▷추정매장량(P2)을 100% 자산으로 인정했고 ▷가능매장량(P3)까지 전략적 선택이라는 이유로 50%나 자산으로 인정해 비싼 값에 해외광구를 사들였다.

▲ 전정희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17일 석유공사가 해외 광구를 사들이면서 석유 매장량 기준을 '뻥튀기'해 사들였다면서 이는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질타했다.
ⓒ 데일리중앙
석유공사는 이런 내부 투자기준에 따라 최소 1.5~2배나 비싸게 해외유전광구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캐나다 하베스트 생산광구의 경우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할 경우 16억6700만 캐나다 달러지만 석유공사는 27억7800만 캐나다 달러에 인수했다. 11억5000만 캐나다 달러, 우리 돈으로 1조400억원이나 비싸게 사들인 셈이다.

미국의 앵커 해상광구도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하면 9억1900만 달러의 매장량 가치를 11억96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석유공사는 2억7700만 달러(한화 3000억원)의 국민 혈세을 낭비했다.

내부 투자기준을 일부러 만들어 안 줘도 되는 돈을 해외 광구업자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석유공사가 '국제 호구' 소리를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 자원시장에선  '한국석유공사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얘기도 들린다.

국회 산업위 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은 17일 "엉터리 투자기준으로 해외자원시장에서 호구를 자처한 석유공사는 부실 광구들의 물주역할을 하느라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사업을 하면서 손해보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현행 투자기준을 즉각 폐기하고 매장량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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