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악덕주민 갑질 논란... 경비원을 종대하듯 막말
상태바
아파트 악덕주민 갑질 논란... 경비원을 종대하듯 막말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5.08.18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배업자와 실랑이를 경비원에게 화풀이... 쫓아와서 인사 안 한다고 소리질러

▲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한 입주민이 경비원을 상대로 종부리듯 갑질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CBS 노컷뉴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입주민의 경비원에 대한 갑질 논란이 파장을 낳고 있다.

막말과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선택한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사건, 이번에는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또다시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입주민이 도배업자 출입을 막지 못했다면서 경비원에게 종부리듯 막말을 하는가 하면 여러 차례 반성문까지 쓰게 했다.

6개월 동안 계속된 시달림과 인간적인 모멸감을 참지 못한 이 경비원은 아파트 경비원직을 그만 뒀다.

이 경비원은 1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나와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로 이사오기 하루 전날 문제의 사모님(입주민)은 도배업자하고 다툼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 경비원은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세요"라고 말한 뒤 경찰을 불렀다.

그러자 이 입주민은 경비원을 향해 "뭐 경비원이 말이야, 이런 것도 하나 못 내쫓고 말이야. 무슨 경비를 하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도배업자와의 실랑이를 경비원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경비원은 화가 났지만 그래도 입주민이니까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올 6월, 해당 입주민은 경비원에게 '6개월 동안 그 잘못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봤느냐. 그때 일에 대해서 다시 사과문을 써라'고 요구했다.

을의 입장인 이 경비원은 입주민 요구대로 사과문을 하나 써줬다고 한다.

"사과문을 써줬더니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으면서 '이걸 뭐 사과문이라고 썼느냐. 사과문 다시 써라'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에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죠.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사과문을 쓸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사과문을 하나 써줬습니다. 사모님이 원하니까요."

아파트 경비라는 게 아파트 주민들하고 충돌이 생기면 계속 일하기가 힘든 게 현실.

그 뒤로도 해당 입주민의 갑질은 계속되며 경비원을 괴롭혔다. 결국 경비원은 4년 동안 일하던 이 아파트 경비원직을 지난달(7월) 그만뒀다.

이 경비원은 "사과문(반성문)을 쓴 뒤 한 달 가까이 일을 더 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계속 관리사무실이나 용역회사로 전화해 계속 괴롭히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입주민의 변덕은 다른 경비원들에게도 고통을 줬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이 지나가는데 경비원이 쫓아와서 인사 안한다고 관리사무실에 전화해서 윽박지르고 새벽에 인터폰으로 괴롭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 경비원은 "인사라는 것이 마주쳐야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데 자기가 저 앞으로 지나가는데 쫓아와서 인사를 안 했다고 사무실에 전화를 해 '이 경비원 못 쓰겠다는 둥' 이런 식으로 한다"라고 전했다.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입주자가 경비원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안 하면 '인사를 안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따지기도 했다고 한다.

경비원은 "얼굴이 마주치면 저도 인사를 한다. 그런데 자기가 저쪽으로 지나가는데 쫓아 나와서 인사를 안 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다른 입주민들은 그냥 무시하고 일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심한 모멸감에 깊은 상처를 입은 이 경비원은 일을 그만뒀다.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해당 입주민의 얼굴을 몇 번씩 마주쳐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것.

이 같은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 논란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다 좋은데 갑질을 부리는 사람이 꼭 한두 명은 있다고 전했다. 소수의 악덕 입주민이 문제라는 얘기다.

갑질을 부리는 입주민은 '내가 낸 관리비에서 너희들이 봉급을 받으니까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하라'는 식이라고. 아파트 경비원들의 한달 급여는 14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

이 경비원은 문제의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들을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종 대하듯 머슴 부리듯했다고고 전했다. 아니 그 이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직은 쉴 만한 나이는 아니다"라며 다음달부터 일자리를 찾아 다시 일터로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