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8]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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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78] 모기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18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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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손이 따끔하길래 반사적으로 내리쳤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수도 없이 당했는데 또 그렇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끓어오른 복수심이 위력을 발했는지 이번에는 용케 제대로 맞쳤습니다. 피를 빨던 녀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그동안 제 몸을 얼마나 찔러댔는지 그 작은 몸에서 피가 흥건히(?) 터져 나왔습니다. 뱃속의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그랬다해도 용서할 수 없는 피강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놈들이 보고 움찔할 수 있도록 하루 종일 저대로 그냥 두고 싶어졌습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사람세상에도 저 모기 같은 흡혈귀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알바비를 가로채는 악덕업주, 농총 노인들의 쌈짓돈을 우려 먹는 사기꾼, 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갈취하는 사채업자... 저 모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어디 꼭 그런 놈들만 그렇겠습니까? 크든 작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누군가가 오랫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것을 알게 모르게 무단으로 빼어먹는 사람들. 그 또한 저 흡혈 모기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니 제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저 또한 누군가의 성과에 침을 꽂은 적은 없는지, 주인도 없는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다가간 적은 없는지...

손바닥에 눌러붙은 녀석의 사체를 보며 오늘 하루 제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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