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SK 합병엔 반대 - 삼성엔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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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SK 합병엔 반대 - 삼성엔 찬성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1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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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하게 합병비율 논란있는데 180도 입장 달라... 기금운용본부 "요건과 상황이 다르다" 해명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동일한 합병비율 논란이 있는데도 SK와 삼성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려 외압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에서 제출한 'SK-SK C&C'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검토(안). (자료=국민연금공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내부 회의를 통해 '찬성' 의견을 결정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불과 한 달 전에는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SK-SK C&C 합병'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하게 합병비율 논란 있어도 SK합병은 의결권위원회로 보내 반대 결정을, 삼성물산 합병은 내부에서 찬성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각기 요건과 사정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제출받은 '2015-26차 투자위원회(2015.06.17.)'에서 의결된 'SK-SK C&C 합병' 관련 '국내주식운용 의결권 행사(안)'을 보면 당시 의결안건을 제출한 책임투자팀은 "SK주식회사와 SK C&C 간의 합병비율에 관하여는 적법절차를 거쳤으나 최대주주가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는 논란이 있어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해여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하고자 함"이라고 안건을 제출했다.

이 의견에 당시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전원 원안에 동의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부의하게 됐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결정했다. 2015년 6월 17일 열린 'SK-SK C&C 합병' 관련 투자위원회에는 위원 11명 가운데 해외증권실장을 제외한 10명이 참석해 전원 부의 안건에 동의했다.

그러나 책임투자팀은 SK합병과 동일하게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SK합병 때와는 달리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압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책임투자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 당시 '2015-30차 투자위원회(2015.07.10.)'에 제출한 '국내주식운용 의결권 행사(안)'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모두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에 반하지 아니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투자위원회에 보고된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에 대해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ISS와 CGS(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행사전문기관과 딜로이트, KPMG 등 회계법인에서 다양한 합병비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어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책임투자팀도 알고 있었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이 제출한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검토(안). (자료=국민연금공단)
ⓒ 데일리중앙

결국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지만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에서는 'SK-SK C&C 합병'에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부의 의견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찬성의견을 제시한 것.

이로 인해 'SK-SK C&C 합병'은 외부위원회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반대'로 결정됐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내부위원회인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이 의결안건을 작성한 책임투자팀의 팀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물산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은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SK-SK C&C 합병'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불과 한 달 만에 동일하게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면 외압이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수사당국에서는 이 부분도 함께 철저히 조사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한 외압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 면담 현황. (자료=국민연금공단)
ⓒ 데일리중앙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본운용본부 쪽은 SK와 삼성은 합병 요건과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SK와 삼성이 비슷한 시기에 합병을 했고 합병비율 논란이 있었다고 해도 각기 다른 회사끼리 합병을 한 것이라 저마다 요건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과 세부 요건이 다른 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취재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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