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돼지독감 검사 뒷전... AI인체감염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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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돼지독감 검사 뒷전... AI인체감염 '나몰라라'
  • 류재광 기자
  • 승인 2017.07.1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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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돼지에서 발병 H3N2v, 미국서 인체감염 370여 건... AI 인체감염 숙주 SI 검사 재개해야
▲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0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돼지인플루엔자(SI) 검사를 2014년부터 돌연 중단해 이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2년~2017년 돼지 SI 검사실적. (자료=농림축산검역본부)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류재광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0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돼지인플루엔자(SI) 검사를 2014년부터 돌연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 감염의 대표적인 숙주로 꼽히는 돼지에 대한 검사와 감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18일 "AI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SI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됨에도 보건당국이 조류와 사람을 매개하는 돼지로부터 나타나는 변형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우려가 줄어든 것처럼 오판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돼지 변형인플루엔자(H3N2v)가 검출되는 것을 방치해도 되는지 보건당국이 국민 눈높이에서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잠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조류와 돼지, 그리고 사람이 공유하는 AI 및 SI 인체감염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새롭게 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돼지에서 발병한 변이된 H3N2v형 인플루엔자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인체 감염이 300여 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에서 받은 AI 인체 감염에 대응한 돼지 검사자료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2012~2013년 1980농가, 돼지 3만5640마리를 검사해서 변형인플루엔자 H3N2v 5건, 신종인플루엔자 pH1N1 4건을 비롯해 H3N2 8건, H1N1 2건, H1N2 1건 등에 걸쳐 인플루엔자 양성판정을 내렸다.

특히 H3N2, H3N2v, pH1N1형 SI는 2년 연속해서 검출됐다. 검역본부는 신종 인플루엔자 모니터링 검사계획에 따라 2009년 약 3000농가, 5만4000마리에 이어 5년 간 매년 1000농가, 1만8000마리에 대해 돼지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했다.

검역본부는 그러나 2014년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이 유행하면서 돼지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전체 양돈 농가 중 25%에 이르는 돼지에 대한 검사가 질병을 확산시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는 것.

검역본부는 그 해 이후 AI긴급행동지침에 따라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 그리고 AI 발병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미터 안 관리지역 내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한정해서 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SI검사 실적은 135농가 5301마리에 그쳤다. 숫자가 극히 적어서 그랬는지 검사 돼지는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발병한 변이된 H3N2v형 인플루엔자는 올 5월 9일 현재 미국에서 373건의 인체 감염을 불러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H3N2v형 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 건수
는 2011년 8월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전체 돼지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발생사례 중 92.8%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1968년 홍콩에선 조류와 돼지를 거쳐 H3N2인플루엔자가 발병해 100만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조류, 사람과 유사한 두 가지 수용체를 모두 지니고 있는 돼지는 AI를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인체 감염 인플루엔자의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조류로부터 전파돼 사람, 돼지 등이 함께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H1N1, H2N2, H3N2, H5N1
등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를 숙주로 H단백질 15종과 N단백질 9종이 결합해서 다양
한 형태로 나타난다.

조류로부터 돼지, 그리고 인체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를 살펴보면 H1N1형 인플루엔자는 1918년부터 1920년까지 한국인 14만명을 포함해 전세계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9년엔 H1N1의 변형 인플루엔자가 발병해 기승을 부렸다. 1997년에는 H5N1형 AI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검역본부 질병진단과 관계자는 "2012년~2013년 변형 SI에다 신종 SI까지 검출된 만큼 지금
도 SI가 발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돼지가 AI인체감염의 매개체인 만큼 SI검사가 지속돼
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관계자는 "돼지 검사는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검역본부의 업무 영역"이라며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돼지 검사가 없었던 것은 SI의 인체 감염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는 "조류로부터 돼지, 그리고 사람으로 이어지는 AI 인체 감염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 "AI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SI에 대한 검사와 감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조류로부터 AI가 돼지를 거쳐 인체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H5N6형, H5N8형 등 국내에서 발병하고 있는 AI바이러스가 돼지에서도 검출되는지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국회 농해수위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18일 AI 인체감염의 숙주 돼지독감 인플루엔자(SI) 검사를 재개해서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데일리중앙

김현권 의원은 돼지독감의 인체 감염에 '나몰라라' 하는 보건당국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AI가 심각하게 와닿는 이유는 이것이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체 감염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AI인체감염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속에서 조류와 사람 간 AI의 전파를 매개하는 숙주인 돼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SI검사와 감시 강화는 축산업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보건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사항"이라며 "AI와 SI의 인체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보건당국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예찰과 검사를 위한 체계적인 검역‧방역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예산을 확대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병원 의학정보(http://snuh.org)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에서 분리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HA는 종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AI 바이러스는 직접 사람으로 전파되지 못하고 사람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모두 감수성이 있는 돼지라는 '혼합 용기' 내에서 AI의 HA를 획득한 새로운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재조합돼야만 사람에 대한 병독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형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에서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일으키게 되고 수많은 사망자를 낳는다. 2009년 새로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는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됐고 2009년 4월부터 대유행(pandemic)이 종료된 2010년 8월까지 전세계적으로 1만8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류재광 기자 hikyricky@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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