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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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0.3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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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온산에 단풍 절정... 10월 마지막 밤?
▲ 가인 김천택은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더 좋다고 영탄했다. 붉게 타들어가는 가을산의 풍경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지난 주말(10월 28일) 경기도 가평 명지산의 가을 정취. (사진=한양82산악회)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찬 이슬과 흰 서리가 내린다는 한로, 상강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간다. 10월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부터 시베리아에서 확장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때아닌 한파주의보에 휩싸였다.

중부 내륙지방은 세찬 바람과 함께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곳에 따라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었다. 서울에도 10월 기상으로는 2015년 이후 2년 만에 첫 얼음이 관측됐다. 올겨울 추위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따금씩 차가운 강바람이 뺨을 때린다.

"이렇게 소중히 걸어가고 있는 내 마음 속에 사라지지 못할 슬픔과 고독이 몸부림쳐 젖어 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영원히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시인 노천명은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이렇게 슬퍼했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여전히 살아볼 만하고, 게다가 아름답고 누릴 게 더 많은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전국의 산과 들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대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감겼는데/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가을의 정취에 취했던 가인 김천택은 단풍을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했다. 가인이나 시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조화에 의한 빛깔의 경이로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맑은 물 흰 모래/ 갈매기는 비상하는데/ 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한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

사명대사는 또 늦가을 풍경을 이렇게 영탄했다.

▲ 언덕너머 저만치서 억새풀이 길게 손짓하는 늦은 가을이다. 늦가을 풍경이 일상에 찌든 우리의 심성을 촉촉히 적셔준다.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밀양 재약산의 사자평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밀양시)
ⓒ 데일리중앙

자연은 거칠어진 마음을 순화시켜준다고 한다. 가슴을 열어 대자연을 만끽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잊혀진 계절?

어제는 모처럼 찾아온 중학교 동창과 밤 늦게까지 어울렸고 오늘은 또 어김없이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렇다. 나도 세상사람들처럼 10월의 마지막 밤을 기다린다.

한데 내게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쓸쓸히 헤어진 사람이 있었나.

브라보 청춘!!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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