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국영수 편식 교육과정'으로 글로벌 창의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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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국영수 편식 교육과정'으로 글로벌 창의 인재?
  • 조현연 기자
  • 승인 2009.09.2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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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정책위원회...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1차)에 부쳐

26일 오후 교과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과 총론 시안(1차)을 공개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미래형 교육과정'이 새로운 이름으로 개칭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창의 인재'를 인간상으로 하는 1차 시안에 대해 교과부는 학기당 이수 과목 축소, 고교 교과 재구조화 등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안의 주요 내용은 ▲학년군·교과군 도입하여 수업시수 적은 교과목은 집중이수제 ▲창의적 재량활동 도입 ▲중학교까지만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적용 ▲고교는 국영수 강화하되 나머지 교과는 자율 ▲교과목별 20% 자율 증감 허용 등이다.

이 결과는 '국영수 편식 교육과정' 또는 '입시교육 자율화 교육과정'으로 예상된다. 고교입시나 대학입시와 상관없는 교과목은 20% 축소하여(자율 증감) 1학년 1학기 첫 분기에 몰아치기 하고(집중이수제), 남은 기간 입시위주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국영수 기초영역을 20%까지 늘리고(자율 증감), 나머지 교과는 마음대로 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영수 중심은 초중고 교과군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도덕과 사회, 과학과 실과, 음악과 미술은 하나의 교과군으로 묶인다. 하지만 국어, 수학, 외국어(영어)는 그대로다. 음악과 미술은 모듬으로 가르치지만, 영어는 영어만 가르치라는 뜻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는 아예 국영수를 '기초영역'으로 명시하면서 동시에 '기초 교과 활동 강화'하라고 지시한다.

이래놓고 무슨 '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인지 모르겠다. 교육과정의 내용에 충실한다면, 인간상으로는 '입시전쟁 승자 육성'을, 교육과정의 명칭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아니라 '국영수 교육과정' 또는 '입시위주 교육과정'이라고 해야 한다.

교과부는 1차 시안에서 학습의 효율성 제고, 폭넓은 인성교육 추구, 학생의 핵심 역량 강화, 학교의 다양화 유도 등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만,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도 구린내 나는 물건은 그 향기가 배어나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창의 인재의 한 모습으로 ‘교양 있는 사람’을 언급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상생을 추구”라고 설명하는데, 이명박 정부야말로 타인을 배려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향후 2차와 3차 시안에서는 이번에 밝히지 않은 학업성취 평가와 '환경과 성장' 과목에 대해 소상하게 공개해주었으면 한다. 일제고사 교육과정 또는 대운하 교육과정을 숨기고 추진하는 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현연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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