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법원이 용산참사 철거민 9명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향후 항소심 재판의 입법 활동을 강화하기로 해 주목된다.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판결한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용산참사 재판부를 강력 규탄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에서는 오직 법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입법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희철, 민주노동당 이정희, 창조한국당 유원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참석한 이날 회견에서 야4당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화재 원인과 관련해 검찰 주장이 일방적으로 채택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 수사기록 3000여 쪽이 제출되지 않은 것을 집중 성토했다.

"화재 감식 전문가들은 대부분 화재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진술을 했고, 화재 당시 화염병을 보았다고 진술했던 경찰특공대원도 진술을 바꿔 본적이 없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발화 당시 화염병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전동절단기, 발전기 등 다른 발화 원인도 제기되었다."

이정희 의원은 "그럼에도 재판부는 많은 증언들과 자료를 뒤로 하고, '무엇 무엇으로 보인다'는 애매한 추론만으로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채택했다"며 "더군다나 경찰 진압과정의 실상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사기록 3000쪽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경찰수뇌부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출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서둘러 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적 공정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희철 의원은 "국법질서 수호라는 논리로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하고 철거민들을 단죄한다면 5공시절 군사독재정권의 권력 안보 논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야4당 공동위는 아울러 항소심 재판이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입법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용산 철거민들은 지난 28일 1심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원일 의원은 "야4당 공동위 차원에서 입법 발의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정희 의원 대표발의)의 빠른 통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정치검찰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수사기록 은폐를 법률로써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승수 의원은 "정치권의 부당한 재판 개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되찾아 줌으로써 국가 공권력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활동"이라고 말했다.

야4당 공동위는 이와 함께 공동위에 속해 있지 않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무소속 의원들에게도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