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4일 대선 이후 첫 공식 회동을 갖고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 및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해 이 당선인이 "당헌·당규에 따르자"는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일단 겉으로는 여론이 나뉘는 것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 쪽 박희태 의원이 지난 21일 원활한 '당·청 일체'를 위한 당권·대권 분리 폐지 필요성을 제기하자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 대표 역시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에 명예직 이외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당헌 제7조를 거론하며 "당권·대권 분리 문제는 당헌·당규대로 하면 된다"고 못박았다.
강 대표는 먼저 당청 관계에 대해 "당헌당규에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반영하고 당은 국정수행에 있어 대통령을 보좌하며 공동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헌당규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당헌당규에 참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당헌당규를 고친다는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 당선인이 이처럼 서둘러 '불끄기'에 나선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당이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측근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또 갈등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안정적인 의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은 "당헌당규와 같은 규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사람과 운영이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과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당과 청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당청간의 유기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또 청와대에 정무수석비서관제도를 부활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와 함께 이 당선인과 강 대표는 취임 전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취임 후에도 주례회동과 같은 정례회동을 갖자는 데 공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관련해 강 대표가 "당의 정책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이 당선인은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화답했다.또 당 사무처 전문인력이 인수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강 대표의 건의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적극 검토하도록 임태희 비서실장엑 지시했다"고 박형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을 계기로 당권·대권 분리 논란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 안팎에서는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공천 과정에서 이 당선인 쪽과 박 전 대표 쪽이 또다시 맞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