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노사, 정리해고 둘러싸고 다시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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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사, 정리해고 둘러싸고 다시 정면 충돌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1.11.29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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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333실 규모의 특급 호텔에서 정규직 20여 명(필수인력)만 남기고 모두 정리해고... 객실만 운영?
호텔 쪽, 코로나 장기화 따른 영업 부진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 "회사가 문을 닫게 됐는데 어쩌라고"
노조 쪽, '선 고용안정, 후 고통분담' 입장... "정리해고 내려놓고 고용만 보장한다면 고통분담하겠다"
세종호텔 노사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노조는 "표적해고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호텔 쪽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세종호텔노조)copyright 데일리중앙
세종호텔 노사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노조는 "표적해고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호텔 쪽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세종호텔노조)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세종호텔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시민사회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세종호텔 사용자 쪽에 맞서 공동대응하기로 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세종호텔은 서울 명동에 자리잡고 있는 객실 333실 규모의 특2급 호텔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보·해고, 성과연봉제 도입, 복수노조 등을 이용해 노조를 약화시켰다. 주차장 관리, 객실 청소, 시설관리 모두 완전 외주화했다. 

수차례의 희망퇴직을 통해 2011년 250명이 넘던 정규직 노동자는 이제 30명 남짓 남았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 쪽은 최근 호텔 식음 사업부를 폐지하면서 15명의 노동자들에게 오는 12월 10일까지 짐을 사라며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객실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종호텔에는 20명 안팎의 노동자만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고객들은 '배달의민족' 등을 통해 바깥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야 한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쪽은 이번 15명 정리해고 통보에 대해 모두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로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표적 해고이자 일방적인 해고라고 주장했다.

세종호텔 쪽은 노동자 정리해고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영업 부진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29일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저희는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영업 실적이 엄청 안 좋아져 작년 110억원 이상 적자가 나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정리해고)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돈 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됐는데 어떻게 기존 인력을 그대로 고용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필수인력만 남겨 두고 다 정리해고에 들어갔다"고 했다.

필수인력은 몇 명을 두고 하는 얘기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세종호텔 쪽은 또 이러한 사정을 노조에 다 얘기하고 정리해고를 진행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가 논의 테이블에 오지 않았다는 것.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노조한테도 이런 부분 다 얘기했다. 화사는 돈이 없다. 앞으로 이렇게 진행할 거다. 노조에 전달하고 회의체에 참석하라고 했는데 그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 안 해도 진행 과정을 다 노조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대 노조 쪽은 강력 반발했다. 

노조의 기본 입장은 '선 고용안정, 후 고통분담'이다. 정리해고 카드를 내려놓고 고용만 보장한다면 여러 형태의 고통을 분담할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코로나 위기에 영업이 안 좋다는 것은 맞다. 관광특구인 명동 도심 안에는 외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영업 자체가 사실상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세종호텔 노사는 지난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여왔다.

노조는 '선 고용안정, 후 고통분담'을 얘기하면서 교섭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 대한 고통분담을 같이 해나가자는 입장을 사용자 쪽에 전달했다.

그러나 사용자 쪽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협의체를 만들어 이를 통해 비노조 대표, 소수가 된 노조와 함께 정리해고를 위한 협의를 해왔다는 게 세종호텔지부의 주장이다. 

세종호텔에는 복수노조가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과반을 차지하던 노조가 소수로 전락하고 민주노조로 명명된 세종호텔지부가 전체 노동자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교섭권을 갖는 대표노조로 올라서게 됐다.

고진수 지부장은 "(노조가) 논의 테이블에 오지 않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구조조정협의체는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을 계속하자는 것으로 우리는 처음부터 반대했다. 그런데 회사는 비노조 대표, 소수가 된 노조와 협의를 진행했을 뿐 전체 노동자의 과반인 우리 노조와는 정리해고 대상 선정 규정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구조조정협의체는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을 계속하자는 것으로 노조는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했다.

고 지부장은 "회사는 비노조 대표, 소수가 된 노조와 협의를 진행했을 뿐 전체 노동자의 과반인 우리 노조와는 정리해고 대상 선정 규정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협의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고에 대한 부분을 내려놓고 고용에 대한 부분만 보장하면 우리는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했다. 그런데도 사용자 쪽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용자 쪽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규직을 다 내보내고 모든 사업을 임대화(외주화)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고 지부장은 "교육사업을 하는 재단의 수익사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길거리로 내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호텔이 불안정한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채워진다면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를 운영하는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체다. 교육재단에서 정리해고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은 반사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호텔의 노동탄압과 정리해고에 분노한 종교, 인권, 법률, 노동, 시민사회 단체는 '(가칭)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오는 30일 출범시키고 집중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시민사회의 이러한 강력한 투쟁 예고에 대해 세종호텔 쪽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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