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 젬버리 대회서 온열 질환자 속출
상태바
새만금 세계 젬버리 대회서 온열 질환자 속출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3.08.04 0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 청소년 행사인 '세계 잼버리'가 역대급 폭염 속에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는 남은 기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의료 인력 추가를 포함한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에서는 대회를 단축·축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잼버리 현장에서 병원을 찾은 참가자는 992명이다. 이중 온열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207건이다. 이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이 시험 작동 중인 점을 감안해 2일 하루만 집계한 수치로, 세계 잼버리가 시작한 1일과 3일 수치까지 더하면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세계 잼버리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공공외교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 및 균형발전 촉진이라는 목표 아래 정부와 지역이 한 마음으로 유치에 나선 국제적 행사다. 우리나라는 2016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에 세계 잼버리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고 유치활동을 펼쳤으며 2017년에 투표를 통해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이며, 한 국가에서 세계 잼버리를 2회 이상 개최한 건 우리나라가 6번째다.

이 같은 상징성을 고려해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에는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강태선 한국연맹 총재, 잼버리가 열린 전북 부안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총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등을 포함해 1082억원이 편성됐다. 조직위원회는 2020년 7월에 출범해 약 3년의 준비 기간을 뒀다.

그럼에도 세계 잼버리 부지가 갯벌을 개간해 농지로 활용되던 평지라 그늘이 없다는 점, 배수가 불편하다는 점 등의 우려 사항이 있었고 올해는 긴 장마 이후 폭염이 찾아오면서 온열질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1720개의 그늘 쉼터와 57개의 안개 분사시설, 7.4㎞의 덩굴터널 등 그늘 시설을 조성하고 화장실 354개소, 샤워장 281개소, 급수대 120개소 등을 설치했다. 일일 176명의 의료 인력이 상주하는 잼버리 병원과 5개의 협력병원을 통해 의료 시설도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등을 호소하는 참가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전북도 소방본부가 운영하는 잼버리소방서에서는 지난 2일 하루에만 구급 출동 304건, 구조 1건, 응급처치 18건을 처리했다.

여기에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샤워실이나 화장실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에도 불편함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잼버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물이 안 나와 새벽까지 못 씻고 있다", "화장실이 관리가 안 돼 역겨워 사용 못 할 정도", "대원들을 데려간 대장들이 미안해해야 하는 행사"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일부 국가에서도 자국 참가자들의 안전과 관련한 우려 사항을 조직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을 잼버리 기간 내내 현장에 배치해 상황을 총괄 관리하도록 했다. 아울러 군의관과 간호사를 추가 투입하고 그늘막을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전날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세계 잼버리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만족할 만큼 준비를 하지 못 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어지는 폭염에 대비해 잼버리 일정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대표는 "이런 상태로 계속 일정을 강행하다가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남은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즉시 야외활동을 실내로 전면 전환할 것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일정 단축이나 축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위는 기상 상황에 맞춰 영내 활동을 축소하고 그늘막에서 운영이 가능한 프로그램 위주로 재기획할 예정이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