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는 가운데 SBS는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만기 도래한 외상매출대권 담보대출(외담대) 수백억원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정작 알짜 계열사만 지키려고 해 경영정상화의 진정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납품업체에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구매대금을 지급하면 은행에서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가 외담대로 돈을 빌렸지만 대출 은행이 태영건설로부터 상환받지 못한 것이다.
앞서 태영건설 대주주인 티와이(TY)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400억원을 상거래채권 1485억원의 결제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해당 상거래채권을 전부 상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해당 외담대가 금융채권에 해당돼 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태영건설은 자구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담대의 경우 법령 해석상 워크아웃에 따라 상환이 유예되는 금융채권에 해당하므로 전국은행연합회 지침에 따라 행사가 유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태영건설 측은 협력업체가 할인받은 어음이 회사가 상환해야 하는 금융채권으로, 지난 12월29일 결제해야 하는 외담대 1485억원 중 451억원을 제외한 상거래채권 1034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 통지 시점부터 금융채권은 유예되기에 지급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짜 계열인 SBS 매각 불가 방침을 밝힌 태영이 자구안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채권단 동의가 필요한 워크아웃 개시에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회사가 자체 집계한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 채권단 400여곳을 추려 소집 통보를 보냈다.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 등 80곳으로 총 1조3007억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은 총 122곳으로 보증 규모가 9조1816억원으로 조사됐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