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정부가 추산한 약제비 증가 및 국내 제약산업 피해액이 10년 누적 1조6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7일 민주당 전현희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는 "보건복지부에 한미 FTA의 허가-특허 연계조항이 유럽연합(EU) 등 미국 외 국가에 적용되는지 여부를 질의한 결과, 복지부는 '차별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사료된다'고 회답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 제18.9조 제5항에 따라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최혜국 대우 조항에 따라 다른 WTO 회원국에 대해서도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시행
해야 하는 것이다.
TRIPs 협정에는 FTA와 같은 지역협정에 대해 최혜국 대우 의무를 제외하는 규정이 없어 지적 재산권 분야에서의 양자적 협정은 자동적으로 다자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유렵연합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설명해 사실상 국민을 속여온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 의원은 "정부는 한-EU FTA 체결 준비과정 및 체결 후에도 '한미 FTA 당시 합의했던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한-EU FTA 협정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EU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설명해 왔다"며 "하지만 제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그 같은 설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미 FTA 실시 후 모든 WTO 가입국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으로 2007년 보건복지부가 예상한 국내 산업피해 규모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2007년 보건복지부가 예상한 국내 제약산업 영향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시행시 5년 동안 최대 5000억원의 국내 제약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10년으로 환산하면 9000억원에서 최대 1조6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애기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허가-특허 연계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FTA가 시행될 경우 애초 예상 피해액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 의원은 "외국 거대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의 특허권 보호를 이유로 반복적인 품목허가 가처분신청으로 국내 제약회사의 제네릭 생산노력이 지연·좌절될 경우 보다 싼값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해 국민 약제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2007년에 작성한 국내 산업피해 규모만을 가지고 한미 FTA와 한-EU FTA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서 "정부가 솔직하게 과오를 시인하고 현 시점에서 새롭게 국내 산업 피해규모를 예상해 철저한 대책을 세운 뒤 국회에 비준 요청을 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무조건 안믿는게 상책이군요 의원님. 의정활동 평소 잘 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