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나라당의 대표-대권 후보 분리 논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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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나라당의 대표-대권 후보 분리 논쟁에 대해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5.29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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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 정치평론가 겸 칼럼니스트

▲ 이병익 정치평론가 겸 칼럼니스트.
ⓒ 데일리중앙

당의 대표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면 그것만으로 대권후보가 되기에 충분한 프리미엄이 있다. 당대표가 된다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수 있고 국민들과 접촉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당권을 가지고 임명할 수 있는 요직도 있고 자기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당의 대표는 정보를 독점할 수 있고 당원들을 모으고 끌고 가는 권한도 부여되어 있다.

그래서 당의 대표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대표는 대권후보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고 안되더라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차기 공천에서도 유리하고 자신이 공천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자리다보니 누구라도 당대표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에 당시 박근혜 대표는 국민의 지지율이 최고로 올라가서 당시의 사람들은 누구나 한나라당의 후보는 박근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지지도에 붙여서 당의 실권을 갖고 있는 대표였기 때문에 당의 후보가 되는 것은 시간이 말해주는 듯했다. 그런데 당시 한나라당은 대통령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대표최고위원의 임기를 대통령선거 1년 6개월 전에 사퇴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논리로 본다면 박근혜 대표는 당헌개정을 요구하고 다수결로 이 법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당헌에 명시된 대로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하여 대표직을 사임하고 물러났다. 한나라당은 김영선 대표대행체제로 가다가 강재섭을 대표로 선출하였던 것이다.

이런 당헌을 지지하고 지키라고 요구해왔던 당시의 홍준표, 정두언을 비롯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측근들의 입장이 지금에 와서 바꾸자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들의 속마음은 당권, 대권분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표의 임기말 1년 이내라느니 6개월 이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기존 당헌을 어쨌거나 바꾸자는 주장인 것이다.

속내를 보자면 박근혜를 제외한 인물이 대권후보로 부상할 시간을 달라는 말과 같다. 그래야 박근혜와 싸워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당권후보로 김문수니 이재오니 정몽준이니 하는 이름들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발상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하여 당헌을 이리저리 고쳐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이다.

구주류에 의해서 임명된 비상대책위에서 가부를 물어서 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이미 당원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당헌개정불가에 대해서 친이계의 수적우세를 바탕으로 뒤집어 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런 당헌을 고쳐서 특정인을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 당은 지난번 보궐선거의 패배로 이미 지도부가 물러난 마당에 제2의 친이계 지도부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당원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비대위는 당의 골격에 손댈 생각을 하지 말고 한나라당의 존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할 것이다. 박근혜를 흔들거나 폄훼하는 일을 벌여서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말고 당헌 당규에 나와 있는 것들을 실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경선이 있었다. 한해 전인 1996년도에 당시 신한국당의 대표최고위원의 임명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은 언론에서 예측하고 자신이 낙점한 당의 대표최고위원에 이한동 의원을 임명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당헌에 당대표가 대선출마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없을 때였다.

대통령출마를 염두에 둔 이한동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에 고민에 빠졌다. 당대표에 임명할테니 대권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대권에 뜻이 있었던 이한동은 대표최고위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양을 했고 임명된 사람은 바로 이회창씨였다. 이회창씨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불화로 국무총리직을 사임하고 난 직 후였다. 이회창씨의 대표취임은 이회창씨에게 날개를 달아준 형국이었다. 대선후보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임명한 당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서게 된 것이었다.

결과는 아는 바와 같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국무총리에서 쫓겨난 이회창은 당대표로 부활을 하고 대선후보가 된 것이었다. 이한동은 약속을 지켰고 이회창은 약속을 어긴 결과였다. 이것은 당대표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대표는 대선후보로 나갈 수 있는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나라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당헌과 당규를 고쳐서 민주주의원칙에 맞게 바꾸어놓은 당정 분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정분리의 원칙은 박근혜 전 대표시절에 만들어 놓은 금과옥조의 원칙이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3권분립의 정신을 지키자는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은 이런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져야하고 어떤 이유로든지 훼손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당대표가 대선출마를 하도록 하자는 것과 대표의 임기를 대선 1년 전 혹은 6개월 전으로 하자는 주장은 접어야한다고 본다. 이미 이 규정을 철저하게 지킨박근혜 전 대표의 결단을 존중해야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한 당헌개정은 불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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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처리 2011-06-09 21:40:15
너거 애비가 그리 시키디? 아니면 너거 주군이 박대표 욕하라고 시키디?
콩밥 몇년 쳐먹고 싶으면 계속 지껄여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