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대검 중수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황우여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관계법 소위는 지난 4일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검찰은 '정치권 살아남기'라고 혹평하며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정치권 결정에 총력 대응하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 여기에 청와대까지 중수부 반대를 주장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그러자 그동안 신중모드를 보이던 한나라당이 점차 중수부 폐지를 정치공세로 몰아가며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나라당 국회의원 49명은 7일 중수부 폐지 반대를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하자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명단을 보면, 친이(친이명박)계가 대부분이지만 친박(친박근혜)계, 새로운 한나라 등 계파를 초월했다.

의총 소집을 주도하고 있는 검사 출신의 박준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수사부와 관련해 여러 가지 폐해가 지적되고 있지만 중수부는 그 나름대로의 기능을 해 왔다"며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지 기관 자체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49명의 의총 소집 요구 의원들 중에는 중수부 폐지에 입장이 없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찬성 입장을 가진 의원도 더러 있다"며 "황우여 원내대표는 중수부 폐지에 대한 의총을 열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49명의 의원들을 의총 소집 요구서를 통해 "힘있는 자들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게이트는 현재 중수부에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며 "중수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현재의 시점에선 무조건적인 중수부 폐지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회 사개특위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를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분명 당내에는 상당수의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사개특위 위원 몇 명이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준선 의원은 "대검 중수부 폐지처럼 중요한 정책 결정을 사개특위 몇 명 의원들의 일방적인 주장 의견에 맡겨서는 안 되며 의원총회를 통한 활발한 토론과 의견 수렴를 거쳐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사법제도 개혁, 특히 검찰개혁의 취지나 대의명분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중수부 존폐 문제를 포함한 사법제도 개혁의 큰 틀이나 방향은 의원총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나라당 당헌 제77조 규정에 따라 원내대표에게 의총 소집을 요구하는 의원 명단(49명)이다.

박준선·김무성·정의화·나경원·강명순·고승덕·김금래·김소남·김장수·정옥임·손숙미·서병수·성윤환·정미경·정갑윤·최경희·이정선·배영식·유기준·정해걸·권성동·이한성·이두아·이윤성·박보환·조윤선·나성린·윤상현·유정현·신지호·김재경·박민식·김옥이·차명진·김효재·권택기·김정권·안효대·박대해·이진복·강길부·허태열·박영아·권영진·김태원·이은재·김광림·이애주·김학용.

김희선 기자 news7703@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