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네틱스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화 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그네틱스는 영풍그룹의 계열사로 경기도 파주에 본사, 파주와 안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주로 PCB 및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노사는 현재 희망퇴직·하청회사 전직(사측 요구안), 정리해고 철회·직접고용(노조 쪽 요구안) 등 핵심쟁점을 놓고 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쪽은 특히 안산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30여 명에게 지난달 13일 정리해고(7.14 해고 예정)를 통보해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그네틱스 32명 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영풍그룹이 이윤 확대를 위한 '정규직 없는 공장만들기' 계획의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회사는 정리해고 입장을 철회하고 직접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함께했다.

홍희덕 민노당 국회의원은 "고용시장을 교란시키고 불법 파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재벌기업의 정규직 없는 공장만들기를 즉각 중단하라"며 "편법적인 사내 소사장제, 사내 하청을 통한 불법 파견을 뿌리뽑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윤민례 시그네틱스분회장은 "2001년 노동조합이 있는 서울공장을 폐쇄, 매각하고 이전하는 과정에서 부도위기의 회사를 위해 상여금 반납 등 고통분담을 감수하고 공장이전 시 고용승계 등을 합의했다"며 "그러나 영풍자본은 약속을 배신하고,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파업참여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며 탄압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고자 29명 전원 복직 ▲생산직 노동자 직접고용 ▲정리해고 철회 및 비정규노동 확대 중단 등 요구조건을 내걸고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사측이 성실교섭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 쪽은 하청업체로의 전직(비정규직화) 또는 희망퇴직을 내세우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조합원 전원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보한 상태다.

시그네틱스 홍선남 부장은 이날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7.14 해고 예고를 통보한 것은 맞다"며 "회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12, 13일 노조와 교섭에 예정돼 있다고.

홍 부장은 교섭 상황과 관련해 "협상에는 서로의 입장이 있는 것인데, 노조 쪽은 회사 입장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일 시그네틱스 대표도 "노조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노조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선자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위원장은 "영풍그룹은 재계 4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이라며 "10년째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화를 즉각 중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영풍그룹 시그네틱스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