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역 패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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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 패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9.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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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 (칼럼니스트 겸 정치평론가)

▲ 정치평론가 이병익씨.
ⓒ 데일리중앙
'우리나라의 정치권에는 영남인사들만 있는가?' 라는 물음을 한다면 영남인사가 많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물음에 '그렇다' 라고 답을 하는 것이 진실일 지도 모르겠다. 정치인들 중에는 영남인물만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호남에는 호남인물이 있고 충청에는 충청인물이 정치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실제로 그러하다.

그러나 정치를 잘 들여다보면 묘하게도 정치지도자로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은 영남인이 많다. 영남이 인구가 많아서 그렇게 보인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다. 영남인이 정치 지향적이라서 그렇다고 한다거나 훌륭한 인물이 유독 영남에만 편중되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역대대통령이 영남출신이 많다보니 정치후계자를 많이 키워서 그렇다고 볼 수도 없고 영남출신이 정치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호남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부각되는 인물이 없어 보이고 충청에는 김종필 전 총재이후로 대표될 수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두 분이 워낙 정치거물이어서 그 빛에 가려져 있는지 알 수 없다. 호남에는 정동영 의원, 충청에는 이회창 전 대표와 같은 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이 있기도 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인물과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있는 분들을 열거해보면 영남 인물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한나라당에는 독보적인 강세의 박근혜, 이재오, 홍준표, 안상수, 김문수가 있고 최근에 뉴스의 촛점으로 부각 된 안철수 원장, 서울시장으로 나선 박원순이 있고 이들을 돕거나 정서가 같은 시골의사 박경철, 법륜스님, 조국,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여진 등이 있다.

또 친노세력으로 남아있는 문재인, 김정길, 유시민, 강금실도 영남출신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강기갑, 진보신당의 노회찬도 영남출신이다. 단순히 영남출신이라고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영남인의 부각은 특이한 현상이다.

보수정권을 지탱하는 세력들은 영남출신이 주류이고 보수정권에 반기를 드는 진보세력의 주류도 영남출신인 것이다. 그래서 영남패권주의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의 주류가 한때 호남인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민주당도 호남의 탈색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영남색채가 강할수록 국민들의 지지가 멀어지고 민주당의 호남색체가 옅어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현상이 눈에 보이고 있다.

'영남은 보수적이고 호남은 진보적이다' 라는 말도 정확한 말이 아니다. 영남보수정권에 대항하는 비영남 진보주의가 탄생되었고 영남진보정권에 대항하는 비영남 보수주의가 나타난 예도 있다. 보수냐 진보냐를 잣대로 놓고 정권창출의 투쟁에서는 항상 보수가 승기를 잡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영남보수가 늘 주류가 되어왔던 것이다. 영남진보가 호남과 손잡고 정권을 창출했지만 무능력과 부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영남진보세력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정권은 보수주의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남진보가 또 다시 노무현정권의 영광을 가져오려고 하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문제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지역주의의 타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정당 내에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현상을 현재의 정당에서 보고 있다.

이념정당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을 제외하면 여타 정당들은 보수와 진보를 동시에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 관점에서 보는 눈과 진보적 관점에서 보는 눈은 서로 극과극의 반대현상이 아니고 보완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보는 시각이 사사건건 반대되는 경우보다도 같은 시각으로 볼 때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한 정당의 모습이다. 이념적인 대립보다는 민생차원의 협조와 대결이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되어야한다.

한나라당에서 비영남출신이 주류가 되고 민주당에서 비호남출신이 주류가 된다면 정당의 지역주의는 없어질 것이고 영남출신의 인물만 정치의 중심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60%정도가 현역의원의 물갈이를 요구했다고 한다. 기왕 물갈이를 하려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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