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량강도아이들' 정성산 감독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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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량강도아이들' 정성산 감독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11.11.1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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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량강도 아이들>의 감독 정성산 씨(사진 = 김희선 기자)
ⓒ 데일리중앙
지난 9일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량강도 아이들>의 정성산 감독을 만났다.

힘겨운 탈북 이후 세계 곳곳을 떠돌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산 그는 당당히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었다.

영화인으로서 그의 삶이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인생을 겪은 그가 보는 세상, 대한민국은 어떤 곳일까. 문득 궁금했다.

아울러 오는 17일 전국적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인터뷰를 통해 세세히 담아냈다.

 1. 17일 전국적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로선 첫 데뷔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하다.

"큰 짐을 다 내려놨다"

정성산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다. 다른건 모르겟는데 뭔가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크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처음 인터뷰에 응하는 그는 다소 경직된 듯 보였다. 그러나 '큰 짐을 내려놨다'는 그의 말처럼 곧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7년이라는 길고도 열악한 제작의 시간을 거친 그의 땀방울이 닦이는 순간이었다.

사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한국영화 사상 최장 제작기간이 걸린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시사회 장에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은 코 흘리개 아이에서 부쩍 자란 성인이 되어있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그는 "다른 감독들도 비슷하겟지만 작품이라는 것은 자기 새끼나 같다. 영화를 찍을 때도 힘들엇고 7년이라는 세월이 짧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유독 '자식' '분신' '출산'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혈연애적인 맘을 쏟아부을 정도로 이번 영화에 대한 그의 사랑도 기대도 남다를 것이다.

정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7년 전 캐스팅 하고 매년 배우들에게'올해는 개봉 될거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라며 배우들에 대해 미안한 맘을 내비쳤다.

어린 아이들이 주요 출연진인 만큼 저 멀리 강원도 영월의 폐광촌에서 이루어진 촬영에 맘 고생이 적지 않으셨을 배우들의 부모님 입장까지 배려하는 정감독의 섬세한 마음 씀씀이다.

그에게 있어서 마음의 짐은 오로지 배우들에 대한 부담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자신에 대한 마음의 짐은 없었을까?

정감독은 "뮤지컬 '요덕스토리'하면서 소위 말하는 정상까지 가봤다. 미국투어를 가서 부시 대통령도 만나고 해외상도 받아봤다"며 그렇지만 영화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떠나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엄청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내려놨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드디어 탈북자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냈다는 생각이 들어 홀가분하다"며 한국에서 첫 영화 감독 데뷔 소감을 전했다.

2. 영화 <량강도 아이들>을 구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시나리오 구상이 떠오르는 순간 번뜩였다. 이거다 싶었다"

그는 "구상 계기는 대표님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며 김동현 대표에게 시나리오 구상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혔다.

이어 "어느날 김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문득 '북한에도 크리스마스가 잇냐'고 물었다"고 답했다.

정감독은 "처음에는 그냥 넘어갓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모르는 나라 몇개 없다. 어느 순간 번뜩 이거다 싶었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빛났다.

시나리오 초고를 단 1주일 만에 모두 써내려갔다는 그의 말이 놀라워 비결도 물었다.

그는 "북한에서의 스파르타 교육 덕분이다. 북한의 영화는 굉장히 엄격하게 가르친다. 북한의 영화대학이 1개인데 입학을 하기위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며 북한에서의 교육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의 대학 창작학부에 들어가려면 작가나 연출가 생활을 해야하고 지면에 문학작품 10편이상이 실려야 한다. 악기도 다뤄야 하고 작곡, 편곡에도 능해야한다"라며 매우 까다로운 입학 조건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작품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그가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잉태 시켜야한다. 얼굴도 제대로 갖춰지고 몸이 만들어지고 탄생된다. 작품은 문학이어야만 한다. 모든 작품을 할 때 문학정신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문학애를 과시했다.

그는 "나는 북한에서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쓰는 일이 가장 쉽다. 원래는 작가가 꿈이었다"며 감독이지만 작가로서의 못다이룬 꿈도 전했다.

3. 영화<량강도 아이들>에서 계란 하나에 목숨을 걸고 계란하나 건네는 것을 따뜻한 정으로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 북한 아이들의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가?

영화 속 아이들 현실은 현재 현실에 비하면 굉장히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이다. 실제로는 영화보다 10배 20배 힘겨운 삶을 산다. 관객들에게 당초 북한 아이들 실상을 대놓고 표현은 못한다"고 답했다.

▲ 오는 17일 전국적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량강도 아이들>
ⓒ 데일리중앙
4.작품에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안점을 두거나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그는 "우선 영화적인 리얼리티라고 표현해야 한다. 기준을 어디에 둘지 고민이 많았다. 영화적인 상상력이나 리얼리티를 만들어보자. 내가 만든 공간 안에 로봇 하나를 두고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5. 영화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운 주인공은 크리스마스나 산타할아버지의 의미를 전혀 모른다. 실제 아이들은 남한이나 외국문화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가?

정감독은 "지금은 틀린데 그 당시 영화 찍을 때만 해도 한국제품을 쓰거나 방송을 듣는 것은 엄청난 반역행위다. 북한이라는 사회가 전제하는 것이 계급노선이며 추구가치의 핵심은 남조선은 해방시켜야할 적대국인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통해 한국의 제품들이 종종 들어오곤 했다. 특히 속옷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 때는 여자친구에게 속옷 선물이 유행이었다. 메이드인 코리아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때면 느낌이 묘했다"며 북한의 섬세한 일상을 전했다.

6.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영화 속 북한 아이들의 환호성 '산타 할아버지 와주세요'"

"영화를 보면 북한의 아이들이 '산타할어버지 (우리에게)와주세요'라고 외친다. 간단하지만 자명하다"

특히 그는 "잔잔한 북한이라는 현상에 돌을 던져보고 싶다. 파동이 나비효과 일으키길 바랬다"는 강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 감독은 "로봇 하나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가상의 이야기지만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허구적 실화를 잔잔히 풀어낸 것이다. 세계 모든 곳 아이들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7. 한국에서 직접 생활해서 자본주의에 대해 피부로 느끼는 점?

그는 간단하지만 자명하게 "자본주의 좋다"라는 짧은 말로 답을 내렸다.

정 감독은 "노력하는 자들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열려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게을러도 명예와 부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사회주의 아니냐. 이것은 불균형한 것이며 인간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8. 한국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북한에서의 삶, 탈출 이후 세계 여러 곳들을 떠돌며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었던 이방인으로서 그가 느꼈던 모든 아픔들을 딛고 그가 한 말이다.

'사랑'이라는 말 속에 그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추억하고 있는지가 모두 녹아들어 있었다. 

그는 "16년 동안 한국에서 살앗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어떤말을 남길 것이냐'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고 전했다.

정성산 씨는 "나는 예술가고 감수성 예민한 작가고 사업하는 작가다. 북한에서 탈출해서 여기 오기까지가 정말 극적이다. 10번 100번 죽어야 할 스토리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놨다.

이어 "중국에서 몇 개월 간 방황할 때 제일 속상했던게 민족, 나라를 잃은 슬픔이었다. 돌아갈 나라가 없다는게 예술가인 나에겐 아픔이었다"며 마음속 간직한 상처를 꺼내놨다.

그는 "1995년도 대한민국이 나를 받아준거다. 살면서 보니 너무 조국이 있다는게 너무 고마운것이다"며 한국에 대한 고마운 심정을 고백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는 다소 수줍은 듯 당당한 고백이 인터뷰 장소를 쩌렁쩌렁 울렸다.

정감독은 "내가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직접 만든 작품들이 국익과 국민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럴수만 있다면 뭐든 가리지 않을 것 같다"며 나라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년도에 출시할 작품들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 할리우드의 문도 두드릴겁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뜨거운 외침을 부르짖은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송정은 기자 beatriceeuni@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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