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보여준 국회폭력사태와 난장판 국회를 상기해보면 끔찍한 추억이다. 국민의 눈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당의 지휘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전투태세를 갖추고 국회를 누가 무력화시킬 것인가를 경쟁하는 듯했다. 국회무용론이 나오는 등 국회의원의 불신은 극에 다달았다.

대화는 형식적으로 하는 듯 마는 듯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기위해서 강경하게 몰아붙이고 다른 한쪽은 죽기 살기로 저지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런 작전은 지난 16대국회에서 대통령탄핵을 주도하던 한나라당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절규하며 눈물을 보였던 열린우리당은 17대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정치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8대 국회에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방은 민주당이 지난 16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열린우리당의 전술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고도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한미 FTA는 아직 끝난 전쟁이 아니다. 양국 의회가 통과시키고 양국대통령이 발효에 서명한 조약이 우리나라의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한미 FTA의 폐기를 위해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한다. 한명숙대표는 민주통합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정권을 잡으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의 선거의 제일 큰 이슈가 한미 FTA가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과반을 넘겨 제 1당이 된다하더라도 한미 FTA가 폐기 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서의 물리적인 충돌은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이런 이슈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통합진보당의 의석을 합친 범야권이 공조하여 정부를 압박하고 FTA의 폐기를 농민단체와 진보시민단체, 노동조합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시위를 벌이면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론도 민주통합당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도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야당이 한미FTA의 반대에서 통과되고 난 후에는 투자자소송제(ISD)에 문제가 있다고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는 통합진보당과 아예 FTA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선것을 보면 선거국면을 의식하고 FTA의 폐기가 민주통합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목적을 달성한 뒤에 한미FTA의 폐기를 주장하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통합진보당과의 공조를 취한 마당에 주장을 접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한미FTA의 국면을 끌고 대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미FTA에 적극 반대하는 쪽은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사실은 통합진보당이었다. 통합진보당은 FTA 표결당시에 민주통합당의 국회등원조차도 잘못된 것이라고 규탄해왔다. 표결 당시의 민주당 지도부와 지금의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강성좌파의 모습이라고 본다.

이들의 주장에 민주통합당의 의원들이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월 14일 새해 첫 한미 FTA 폐기집회가 개최된 이후 매주 집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또 김진표 원내대표, 노영민 의원, 조정식 의원, 박기춘 의원, 전병헌 의원 등 이른바 '한미 FTA 협상파'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 또한 "현재 민주당 출마자 중에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만든 강령보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걸러내야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도 훨씬 쉬워진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물갈이론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한미FTA의 통과에 소극적이거나 동조했던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을 내치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진보신당과 통합을 위한 전초작업을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진보좌파나 강성좌파들만의 정당으로 바꾸려 할 것으로 본다. 전통 민주당의 보수, 중도세력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19대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이다. 국회는 정치의 토론장이 되어야 할 것인데 과거의 예를 보면 투쟁이 난무하고 폭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보수우파세력과 진보좌파세력의 대결구도가 명확해 질수 있다. 그것의 단초는 한미FTA가 제공할 것으로 본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