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 등으로 정권에게 미움을 산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1)가 재임용에서 결국 탈락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대법관회의를 열어 서기호 판사에 대해 '근무평정' 저조를 이유로 연임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양승태 대볍원장은 전날 대법관회의의 결과를 10일 보고받고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평정이 하위 2%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임용 부적합 판정을 내린 법관인사위원회에 지난 7일 출석한 서 판사는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고 소명한 뒤 근무평정 공개를 요구했다.

서 판사는 앞서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렸고, 이러한 표현이 이번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새사회연대 등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는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 '정치보복' '셀프 빅엿' '사법부 독립 훼손' 등의 표현을 쓰며 강력 반발했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어 "법관인사위원회는 의문투성이인 근무성적을 핑계 삼고 있지만, 삼척동자가 봐도 '괘씸죄'로 탈락된 것이 자명하다"며 "사법권이 정치권력에 굴복했다"고 개탄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향해 "대통령을 비하했다고,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탈락시키다니, 대한민국 법관들을 모두 MB맨으로 채워서 사법권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작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SNS를 통해서 활발히 소통하던 '개념판사' 서기호 판사의 글과 명판결을 다시 보고 싶다"며 재임용 탈락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새사회연대는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은 헌법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법원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이번 결정으로 또 한번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아직도 추상적이고 불투명한 근무평정으로 법관을 줄세우고 상명하복관계로 길들이려는 법원의 구태와 제도들에 대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서기호 판사에 대한 재임용 탈락 결정은 민주적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더욱 뜨겁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서기호 판사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