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FTA를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니 정반대 주장을 하고,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라를 맡길 수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전날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14일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남을 비판할려면 뭘 제데로 알고 하라"고 했고,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박 위원장을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라고 부르며 말할 자격도 없다고 힐난했다.

이용섭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해 MB정부가 밀실에서 재협상한 한미FTA는 참여정부에서 2007년에 맺은 한미FTA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햇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날치기한 한미FTA는 이명박 FTA이지 노무현 FTA가 아니다. 참여정부 때 서명한 FTA 협정안에 대해 그렇게 반대하던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의회가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협정안에 대해서는 기립박수까지 쳐가면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키지 않았나. MB정부의 재협상이 미국의 이익에 충실했다는 이 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이명박 FTA'와 '노무현 FTA'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MB정부의 굴욕적인 협상으로 국익이 크게 침해됐으면 대한민국 국회가 재협상을 통해서 바로잡는 것이 옳은 자세인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이니 그대로 시행하자는 것이 옳은 자세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MB정부가 밀실에서 굴욕 협상을 통해 대폭 양보할 때 집권당 지도자인 박근혜 위원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은 FTA에 대한 우리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용섭 의장은 "민주통합당은 한미FTA 폐기가 목표가 아니다. 재협상을 통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좋은 FTA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협상의 길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FTA를 그대로 시행하는 것보다는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미국도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진정성과 강한 의지를 갖고 재협상을 제안하면 재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마디 정치의 달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모처럼 길게 말했다. 그런데 내용도 모르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어서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나라를 맡길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 박근혜 위원장은 그런 말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새누리당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다"라고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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