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이 13년의 우여곡절 끝에 21일 문을 열었다.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국론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여러 갈래의 주장과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개관식을 열었다.

기념사업회는 "60, 70년대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손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박 대통령과 함께 어떻게 민족중흥과 근대화를 이룩했는지 보고 느끼는 교육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념관은 박 전 대통령 관련 영상과 통일벼 개발, 댐 구축, 고속도로 건설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된 모형과 유품으로 채워졌다.

연면적 5290㎡에 3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의 1층과 2층 일부는 전시실, 2층과 3층은 일반·특별자료 열람실로 꾸며졌다. 2, 3층의 도서관은 올 여름 개관 예정이다.

지난 1999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발족과 함께 시작된 기념관 건축사업은 2001년 국고보조금 200억원 지원이 결정되면서 본격화됐다.

개관식에 참석해 30여 분 간 기념관을 둘러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우려곡절 끝에 세워진 아버지의 기념관에 대해 감회가 깊은 듯 "어려운 가운데에도 정성을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저는 이 기념·도서관에 있는 자료와 기록들은 단지 아버지 한 분의 자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함께 땀과 눈물로 이 나라를 일궈내신 우리 국민 모두의 자료와 기록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게는 그 한 분 한 분이 조국근대화의 진정한 영웅들이시고, 그 영웅들의 후손으로 이 나라에 사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문을 여는 아버지 기념·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제안하셨고, 국민들의 정성이 모여 완성이 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독재자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데 국민 혈세가 쓰일 수 없다며 폐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은 이날 개관식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기념관 밖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기념관 건립은 역사범죄다. 국민의 혈세를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당장 기념관을 폐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을 연 기념관 주변에는 경찰 1개 중대가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