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십시오"... 밀양송전탑 주민들, 눈물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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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려주십시오"... 밀양송전탑 주민들, 눈물로 호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7.2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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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피해 증언대회...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송전탑 백지화 적극 검토 요청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76만5000볼트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이 국회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저희들은 밀양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입니다.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세금내고 열심히 흙 파서 먹고 살면서 자식 키우며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민주당 '초생달' 모임,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실,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주관으로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지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765kv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시 4개면 경과지 주민 10여 명이 참석해 증언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한전은 아무 걱정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두렵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765kv 송전선로 경과지를 둘러보면서 얻은 확신입니다. 그들 주민들은 한결같이 송전탑 전자파 때문에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 수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76만5천볼트 초고압 전류가 어떻게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안전하면, 한전 사장님, 지경부 장관님, 공무원님들 사시는 집으로 송전탑을 세우면 되지 않습니까. 왜 자꾸 우리 힘없는 밀양 사람들이 국책사업이라고 일방적으로 희생하기를 강요한다는 말입니까."

이들이 외치는 눈물의 하소연은 그러나 집권여당 의원은 듣지 않았다. 증언대회에는 민주당 초선모임인 '초생달' 소속 의원들과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기를 귀울이며 경청했다.

지난 7년에 걸친 긴 싸움의 여정을 영상에 담아 상영하고 증언대회를 마친 주민들은 국회 정론관으로 옮겨 언론과 정치권에 호소했다.

"살려주십시오!"

대부분 6,70대인 주민들은 고전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공사를 방해하려는 것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옛날처럼 정든 가족 이웃과 오손도손 살기 위해서라도 하소연했다.

주민 이남우씨는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살던 곳에서 지금 모습대로 살다가 그렇게 죽
고 싶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 아름다운 밀양의 땅, 농토를 물려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지식경제부, 한전의 고위 정책결정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지금 밀양 지역에서 강행되고 있는 공사를 당장 중단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밀양으로 직접 와서 피해 지역을 둘러 봐 달라고 했다.

청와대와 지경부, 한전이 협의체를 구성해 송전탑 경과지를 둘러보고 왜 주민들이 7년 간 싸워왔는지, 품에 유서를 넣고 다니며 목숨을 걸고 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라고 요청했다.

또한 주민들이 요구하는 ▷송전탑 백지화 ▷대안노선 검토 ▷기존 송전선로 사용 ▷초전도체 지중화 밀양시범구간 설정 등의 대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여야 대선주자들과 19대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도 밀양 송전탑 사태에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주민들은 ▷개발독재시대의 유물, 전원개발촉진법의 즉각 개정 ▷신고리핵발전소 5호기와 6호기의 증설 계획 취소 ▷(송전탑) 공사 중단 및 주민과의 대화 중재 등을 요구했다.

주민 김영숙씨는 "이대로 공사가 강행되게 된다면, 주민들은 다시 좌절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다시 무슨 사고가 일어날까 모두 두렵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를 지켜보던 기자들과 야당 국회의원들도 한순간 먹먹해졌다.

특히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주민들의 호소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였다.

기자회견장에는 민주당 진선미·장하나·유은혜·김기식 의원,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참석해 주민들의 호소를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줬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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