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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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 김두나 기자
  • 승인 2012.11.1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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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를 향해 20일째 매일 3,000배...새누리당사 앞에서 100인의 108배

▲ 11일 보건의료노조원 100명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차와 행인이 붐비는 도로 위에서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의 복직을 기원하는 108배를 올리고 있다.
ⓒ 데일리중앙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1일,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된 박문진 지도위원이 서울 삼성동 박근혜 후보의 집 앞에서 매일 복직을 촉구하는 3,000배를 올린지 20일째다.

영남대의료원은 대구에 있다. 해고자들은 6년째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복직투쟁 중이다. 

○ 2006년 영남대의료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06년 노사 교섭 당시, 영남대의료원은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저하로 이어지는 직제개편안을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니 교섭을 마무리 지은 뒤 다시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제안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직제개편안을 강행했다. 이에 노조는 4일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영남대의료원은 ▲해고 10명 포함, 총 28명의 노조 간부 징계 ▲56억원 손해배상청구 및 노조통장, 조합원 개인 통장 가압류 ▲CCTV 설치로 노조활동 감시 ▲전국 최초로 단체협약 2번 해지 ▲노조 탈퇴 종용 및 구사대 폭력 등의 탄압을 자행했다.
 
이후 2006년 약 1000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74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킨 이후 영남대의료원은 ▲정규인력 감축 및 비정규직 확대 ▲부당한 인사개편 ▲임금 동결 ‧ 생리휴가 폐지 등 단협 위반 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었다. 

○ 왜 박근혜가 실질적 책임자인가?

박근혜 후보는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사장 및 이사직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1989년 학내 민주화 요구와 부정입학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으나 2006년 사학법 재개정 이후, 2009년 영남학원 정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해 등용시켰다. 이에 노동조합과 해고자들은 박 후보가 영남대의료원을 포함한 영남학원 산하 기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새누리당사가 있는 한양빌딩이 전경에 의해 봉쇄되어 보건의료노조의 기자회견은 선진통일당사가 있던 용산빌딩 앞에서 열렸다.
ⓒ 데일리중앙
○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의 복직을 바라는 100인의 108배

이날,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보건의료노조의 기자회견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진행됐다. 정확히는 건너편, 선진통일당사가 있던 용산빌딩 앞이었다. 새누리당사가 위치한 한양빌딩 입구는 전경이 빈틈없이 감싸고 있었다.

쌍용차지부가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박문진 지도위원은 쌍용차지부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의 천막으로 이동해 3,000배를 한다. 그 곁에서 송영숙 부지부장도 매일 500배를 한다. 20일 동안 쌓인 박문진 지도위원의 60,000배에 그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그 날의 3,000배,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원 100인의 마음을 더한 복직기원 108배가 이어졌다. 

사회를 본 보건의료노조 황홍원 조직국장은 "굳이 새누리당사를 보지 않고 국민들을 향해" 108배를 올리자고 말했다. 비에 젖은 보건의료노조 깃발이 세찬 바람에 펄럭이다 깃대에 감기기를 반복했다. 108배를 위해 아스팔트 길위에 깐 돗자리가 간간이 뒤집혔다. 일요일에도 차량과 행인으로 붐비는 서울 여의도 사무밀집지역 한가운데였다.

간절한 108배를 마친 이들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는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이동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지난 11월 6일부터 ▲중앙 간부들이 국회 앞 108배 ▲매주 수요일 새누리당 각 시도당사 앞 보건의료노조 지역본부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 그리고 '간호사의 행복'

박 후보는 얼마 전 '2012 간호사 정책비전선포식'에서 밤낮으로 일하는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간호인력의 확충과 국민건강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행복을 말한 바 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27살에 영남대의료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해 지금 52살이 되었다. 그는 간절하게 호소했다.

"천만이 넘는 노동자들이 '밥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노동조합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 해 온 일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 무릎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지혜로운 결단을 바랍니다." 

김두나 기자 kimdoona@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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