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500명의 대선 원탁토론 "결선투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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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500명의 대선 원탁토론 "결선투표 하자!"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2.11.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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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 대선을 논論하다> 토론회 개최

▲ 13일 저녁,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500인 원탁토론 - 시민, 대선을 논論하다> 토론회 자료집
ⓒ 데일리중앙
"대선에서 결선투표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득표율은 50%도 안 됐습니다. 대표성이 떨어집니다."

토론회를 위해 전남 순천에서 왔다는 윤종필 씨는 차분했다. 흥분하지도 않았고 비난하는 내용도 없었지만, 발언 내용은 더없이 냉정했다.

"대통령이 다 끌고 가려고 들지 말고, 전문가가 많으니 대통령은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 제가 맞다는데, 진정서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비리전담 수사개혁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사회에서 부모가 되려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부모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졸업하면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습니다. 제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력서에 부모님 학벌과 자가거주 여부를 적는 항목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어쩔 수 없는 것은 요구하지 않는 사회를 바랍니다."

13일 저녁,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 모인 500명의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500인 원탁토론 - 시민, 대선을 논論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였다. 

평일 저녁, 식사도 못했을 시간에 서울시내 각지는 물론 경기도, 인천, 제주도까지 그야말로 전국에서 일부러 자기 시간을 내 모여든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10명씩 탁자에 둘러 앉았다.
각자 다른 입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주최측이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을 받아 배정한 자리였다. 토론은 입론 → 공유 → 상호토론 →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대형화면을 통해 10월 1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실시한 참석자 204명의 사전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 2012년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들(주관식)
① 고용과 일자리 문제 17%
②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 부패문제 14%
③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 13%

2.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하는 우선 과제(주관식)
① 경제체제 개선과 양극화 해소(중소기업, 농업 등) 16%
② 기본권 보장과 검찰/언론 개혁 13%
③ 정치 · 행정 · 사법 시스템 개혁, 신뢰회복 12%

3.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있는 정책분야(택1)
① 반부패/정치개혁 20%
② 복지와 노동/일자리 각 14%

4. 이번 대선에서 '중요하지만 쟁점이 되지 않고 있는' 정책분야(택1)
① 교육 17%
② 환경/에너지 15%
③ 여성/폭력 13%

현장 토론은 ▲2012년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들 ▲올해 대선에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 ▲시민이 뽑은 좋은 정책 베스트3 등 총 3가지 주제로 진행됐는데, 현실 인식과 문제 해결에 대한 부분에서 토론 전후의 순위가 달라져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의 효과를 짐작하게 했다.

토론 전후 달라진 순위는 구분하기 쉽게 굵게 처리했다.

현장 토론주제 1. 2012년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들

<토론 전>
① 고용과 일자리 문제
②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 부패문제
③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

<토론 후>
① 낮은 정치의식,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정책
②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 부패문제
③ 대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 빈부격차 심화

현장 토론주제 2. 올해 대선에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

<토론 전>
① 행정혁신과 민주주의 강화 및 갈등관리
② 서민경제 해결(체질개선, 신성장동력)
③ 교육혁신(교욱정책 일관성 확보)

<토론 후>
① 행정혁신과 민주주의 강화 및 갈등관리
② 복지 및 분배 정의 강화
③ 노동환경 혁신과 일자리 문제 해결

현장 토론주제 3. 시민이 뽑은 좋은 정책 베스트3

(1). 정치개혁
① 지역구 비례대표 의원수 비율 200:100으로 조정
② 투표시간 오후 9시까지 연장, 투표일 유급휴일 지정
③ 대검중수부 해지, 공수처 설치

(2). 일자리와 고용
① 정리해고제도 개선, 비정규직 차별해소
②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③ 신성장산업, 중소기업 지원으로 일자리 만들기

(3). 여성폭력과 안전
① 여성폭력 근본 해결을 위한 문화와 인식 개선(인권교육 투자)
② 성폭력 근절위한 법과 제도 개선 (친고죄 폐지, 국가행동계획수립)
③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 및 치료와 교정에 집중해야 한다

주최측은 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이 각자가 선호하는 대선후보에 따라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료집에 정책만 제시하고 후보이름은 표기하지 않아 공정함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논의된 정책 주제가 '여성정책'이 아니라 '여성폭력과 안전'이라는 점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 행사는 전국 430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코리아스픽스'가 주관하고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연합, 녹색교통, 환경정의, 함께하는시민행동, KYC,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등 11개 시민단체의 주최로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창비, 6월민주포럼이 후원해 열릴 수 있었다.

500명이라는 인원으로 토론회를 계획하고 현장에서 의견을 조합해 행사를 이끈 '코리아스픽스'(Koreaspeaks)는 소통전문센터를 표방하는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이사장 김병준)의 산하 단체였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방식은 1995년 루켄스마이어 박사에 의해 설립된 미국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의 대규모 원탁토론기법을 우리실정에 맞게 가공한 '시민원탁회의'였다. 이 방식으로 최대 4000명의 동시 토론이 가능하고, 코리아스픽스는 대당 24만 원인 무선투표기를 국내최다로 1000대 보유(2012년 1월 현재)하고 있다고 한다.

주최측은 이날 나온 의견을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명심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폐회식에서 만 19세 대학생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주로 왔는지 말하기 편했다"고 했고,  일산에서 전철을 타고 오셨다는 만75세 숲생태해설가는 "이 토론회가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소감을 밝히셨다.

토론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더 다양한 계층에서 더 많이.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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