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1985> 국회 시사회 열려... 충격과 분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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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국회 시사회 열려... 충격과 분노, 눈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11.14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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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100분, 여기저기서 '헉' 신음소리... "당신이 옳았습니다" 김근태 추억

▲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1985년 9월 4일부터 22일 동안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겪은 끔찍하고 잔혹한 고문 실화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이달 22일 개봉한다. (자료=아우라픽쳐서)
ⓒ 데일리중앙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

14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 300여 명의 시민이 강당과 3층 난간을 가득 메웠다.

영화 <남영동 1985> 국회 시사회가 이날 열렸다. 이 영화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의 작품으로 김근 민주당 전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다. 1985년 9월 4일부터 25일까지 22일 동안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남영동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 515호실에서 겪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상영 전 감독과 출연 배우, 그리고 인재근 민주당 국회의원(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부인)이 무대에 올랐다.

정 감독은 "진실의 등불을 켜 당신에게 이 마음을 전하겠다"며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평소 자주 말하던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김근태를 추억했다.

이 영화에서 '윤사장'(남영동 대공분실장) 역을 맡은 배우 문성근씨는 "자본의 검열이 워낙 심해 이 작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본이 없었다"며 "그래서 감독과 모든 출연 배우들이 개봉 후에 흥행성적에 따라 출연료를 배당받는 투자 출연을 했다"고 밝혔다.

<남영동 1985>를 제작한 아우라픽쳐스 정상민 대표는 "이 영화를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감상해달라"고 말했다.

인재근 의원은 "이 영화의 교훈은 '고난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이라며 "정말 고통스러운 영화다. 보다가 눈물이 나면 울고 고통스러우면 눈을 감으라"고 했다. 가슴에 와닿는대로 느끼라는 것이다.

인 의원은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받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늘 잊지 않았다. 저에겐 너무나 다정다감하고 좋은 남편이었다"고 남편을 그리워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영화가 시작됐다. 배경은 광주를 유혈 진압하고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주의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전 국민의 양심과 사상까지 검열하던 야만의 시기였다.

1985년 9월 4일,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지어미의 남편인 민주주의자 김근태(박원상 분)는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치안본부 수사관에 강제 연행된다.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좁고 어두컴컴한 남영동 대공분실.

박 전무(명계남 분) 등 대공분실 수사관들은 온갖 고문을 가하면서 민청련의 배후를 대라며 거짓 진술서 작성을 강요한다. 발가벗긴 맨몸으로 어둡고 비좁은 시멘트 바닥을 뒹굴며 수사관들의 위협에 굽히지 않고 진술을 거부한다.

그러자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이경영 분)이 등장한다. 이때부터 김근태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잔혹한 22일이 시작된다. 100분 동안 숨가쁘게 이어지는 고문, 고문, 고문···. 소름끼치고 전율하는 장면에 여기저기서 '헉'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모두 이날 목격했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저마다 충격과 분노, 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된 여운을 안고 소리없이 객석을 떠났다.

영화에서 고문기술자로 연기한 배우 이경영씨는 "다시는 이런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여기 계신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바른 정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당신이 옳았습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추모했다.

이날 <남영동 1985> 국회 시사회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대표의원 최민희) 주최로 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박병석 국회부의장, 정세균·강기정·오제세·이춘석·이인영·김현·김승남·박홍근·은수미·최규성·최민희·전병헌·서기호 등 국회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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