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백설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도 한결 정결해졌으면...
서울에는 백설이 세찬 바람을 타고 무정부주의자들처럼 분분하게 내려 첫눈치고는 꽤 많은 적설량을 보이며 일부 지역은 쌓이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는 육각형 분말이 바람에 흩날리며 땅에 닿기 전에 녹아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은빛 장옷을 길게 끌어/ 왼 마을을 희게 덮으며/ 나의 신부가/ 이 아침에 왔습니다// 사뿐사뿐 걸어/ 내 비위에 맞게/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잊어버렸던 노래를 부릅니다// 자- 잔들을 높이 드시오/ 빨-간 포도주를/ 내가 철철 넘게 치겠소// ···"
시인 노천명은 첫눈은 수줍은 신부마냥 아침에 사뿐사뿐 내려온다고 했다.
첫눈이 내리는 좋은 아침에는 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도 했다.
고요한 기류를 헤집고 찾아준 화려한 나신을 보듬고 오늘은 온종일 걸어보고도 싶다. 송림에도 텅빈 들녘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지붕 위 굴뚝 위에도 소복히 쌓인 흰눈은 그대로 축복이며 희망이다.
정다운 손님처럼 반갑다.
순백의 백설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도 한결 깨끗해지고 정결해졌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데일리중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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