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의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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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의 '아름다운' 퇴장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07.11 09: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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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10개월 최장수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악연에 회한 사무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특수한 인연, 그리고 분당된 민주당의 대변인을 맡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맞서는 최일선에 있었기 때문에 통합된 지금까지도 분당 후유증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체제가 출범했지만 민주당의 어느 누구라도 분당의 상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통일이 되더라도 이산의 아픔은 남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특수한 인연, 그리고 분당된 민주당의 대변인을 맡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맞서는 최일선에 있었기 때문에 통합된 지금까지도 분당 후유증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사의 최장수 대변인이자 그동안 정치권과 국민을 향해 던졌던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유종필 전 민주당 대변인이 아름답게 퇴장하고 있다.

지난 9일 그는 4년 10개월의 대변인직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말로 많은 악업을 쌓아왔다며 본의 아니게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충남 예산 수덕사에 들러 108배를 올리며 과거의 악업을 훌훌 털어버렸다는 그는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유 전 대변인은 11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악연과 그에 얽힌 회한을 털어 놓았다.

유 전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운명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운명이 엇갈리면 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제 다 지난 일이고 맺힌 것은 저부터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찾아가 대변인을 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이 친노와 비노로 갈라서고 때마침 불어닥친 탄핵광풍 속에서 두 사람도 결별했다.

정치는 얄궂다. 분당으로 소수 정당으로 전락한 새천년민주당의 대변인을 맡게 된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친노 세력 중심의 원내 1당)을 향해 연일 거칠게 공격하며 정치적으로 적대관계가 됐다.

유 전 대변인은 "분당으로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고 저희는 총선에서 실패해 소수 야당으로서 힘이 없다보니까 거의 말로 이겨야 되고 그래서 당시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과 많은 대립이 있었다"며 "제가 그 최일선에서 싸웠는데, 이제 당이 합당되니까 참 어렵다"고 분당과 합당에 따른 소회를 밝혔다.

2003년 9월 분당 사태 이후 새천년민주당의 대변인으로 임명된 뒤 4월 10개월의 재임기간 중 그가 속한 정당은 '민주당-중도통합민주당-민주당-통합민주당-민주당'으로 당명이 5차례나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140석 이상의 원내 1당의 대변인에서 6석 규모의 5당 대변인까지 떨어지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그것은 제가 옮겨 다닌 것이 아니고 저는 가만히 있는데 그만큼 우리 국회의원들이 왔다갔다 이합집산들이 많았던 것"이라고 합당과 분당, 탈당으로 어지러웠던 정치판을 꼬집었다.

유 전 대변인은 "형제 간에 또 부자지간에도 막 칼을 겨누고 그렇게 하지 않느냐"며 "정치라는 게 그만큼 냉혹하고 고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유 전 대변인이다.

지난해 8월 20일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신당'이라는 약칭을 쓰자 당시 민주당은 법원에 유사당명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날 유 전 대변인의 촌철살인 논평 한 토막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진돗개를 진도신개, 진도신신개, 신진돗개 또한 풍산개를 풍산신개, 풍산신신개, 신풍산개 등으로 유사 상표명이 모두 인정되고 통용되면 말 그대로 '개 족보가 개족보'가 돼 '개판'이 될 것"이라고 풍자해 당시 국회 기자실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날 촌철살인 논평 때문인지 법원은 결국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고, '민주신당'이라는 당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대통합민주신당은 '대통합신당'이라는 당명으로 바꿔 사용했다.

유 전 대변인은 "전쟁터에서도 보면 최일선에서는 서로 총을 쏘고 뒤로는 또 여러 대화도 하고 그렇지 않으냐"면서 "대변인은 최일선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역할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좋은 말로 싸우는 것이 좋겠다"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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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짱 2008-07-12 02:02:41
직무상 대변인으로서 촌철살인으로 남에게 상처를 줬지만
진심은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네. 그새 수덕사에 갔다 왔네.
다시 돌아와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촌철살인 2008-07-11 14:43:13
더 이상 그런 논평을 들을 수 없다니 아쉽구만.
물론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볼 수는 잇겟지만 저만한 논평을 행할
대변인이 있겠느냐 싶다. 아쉽고 안타깝다. 저런 와주에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져
출마도 못했다지. 민주당 공천받으면 호남에서는 출마만 하면 당선인데, 참 애환이
많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