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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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03.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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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은행' 등, 최근 5년 여성 임원 승진 '0'... 외국계 은행은 해마다 배출

▲ 은행권 여성 임원 현황(단위: 명). 자료=금융감독원
ⓒ 데일리중앙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여성 임원 승진에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금융권 빅4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을 포함해 농협, 지방은행의 최근 5년 간 여성 임원 승진은 '0'이다.

민주당 김영주 국회의원이 8일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데 따르면, 2013년 2월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은 전체 임원 대비 0.5%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전체 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은 3.9%인 11명(전체 279명)이이다. 더욱이 외국계은행을 제외하면 전체 임원 191명 가운데 단 1명(기업은행 권선주 부행장)뿐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구수린 전 부행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현재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금융계의 '빅4'로 불리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은 최근 5년 간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배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은행은 물론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농협은행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국내 은행의 전체 직원 가운데 절반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왜 그럴까.

김영주 의원은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금융회사들의 내부 인사 시스템은 여전히 남성 위주의 전근대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며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금융권이 기혼여성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 자녀 보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은행의 년도별 여성 임원 현황(단위: 명). 자료=금융감독원
ⓒ 데일리중앙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과 사정이 달랐다. 외국계 은행인 시티은행과 SC은행의 경우 지속적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계 은행이 보수적인 국내 은행과 달리 외부 영입 케이스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경우 은행장을 제외한 임원은 대부분 내부 인사 승진 케이스다.

김 의원은 "금융은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중 하나로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할 때는 물론 상품을 개발할 때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은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유럽과 같은 여성 임원 할당제와 강력한 인센티브제 도입을 제언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내 은행들은 관리부서에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우 일선 창구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고, 또 결혼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기업은행 홍보실 조성곤 팀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관리부서 직원의 남성 비율이 많이 높기 때문이지 일부러 여성의 임원 승진에 차별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 민주당 김영주 국회의원.
ⓒ 데일리중앙
우리은행 홍보실 이용규 차장은 "은행권은 여성 직원수가 많긴 하지만 대부분 창구 직원들이고 본부 부서의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 중에는 여성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임원을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까지로만 제한하는 것은 은행 저마다 처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KB국민은행 홍보부 유분재 과장은 "KB국민은행은 부행장보가 없기 때문에 본부장도 임원급으로 본다"며 "최근 여성 본부장 승진이 4명이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홍보부 유웅식 과장도 "본부장은 상무급으로 임원이다. 최근 임원 승진 인사 중에 2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은행 홍보팀 전상배 차장은 "임원 승진은 연차가 돼야 하는데 여성은 중간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정년 때까지 근무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고 여성 임원 승진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외환은행 홍보실 관계자도 "임원 승진에 있어 남녀 성차별없이 공정하게 평가한다. 실력을 갖춘 좋은 사람이 있다면 여성을 적극 승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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