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힐링캠프 "꿈에 두근거리고 내일에 반짝거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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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힐링캠프 "꿈에 두근거리고 내일에 반짝거려라"
  • 김나래 기자
  • 승인 2013.06.19 0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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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의 꿈이 우리의 미래 입니다."

▲ 5기를 맞이한 청소년 힐링캠프 알림판.
ⓒ 데일리중앙 김나래.
기자는 지난 주 한국과학장학재단 주관,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한 청소년 힐링캠프 "몸 마음 놀기 열기"에 멘토로 참여했다.

지난 해부터 1년 과정으로 진행된 캠프는 5기를 맞이했고 이번 5기 캠프에서 다큐 촬영팀으로 합류해 청소년들을 화면에 담았다.

그 아이들은 전국에서 왔다. 지정된 아이들은 학교와 부모의 동의하에 일주일간 이 캠프에 참여한다.

서류로 먼저 접한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 가정환경, 문제상황들을 접한 나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우리가 소위 문제아라 칭하는 아이들 가운데 거의 막다른 낭떠러지 앞에 다다른 아이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기 캠프때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고민하던 나는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된 5기 캠프에서 조금은 편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또래 멘토 등 이전 캠프 참여 학생들이 새로운 참가학생들의 낯설음을 깨고 선생님들과의 다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확대되고있는 가운데, 지금 이 상황들을 어떻게 이겨낼것인지 정치·사회·교육·문화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해법과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그 안에는 피해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대안 교육등의 방안들이 많지만, 가해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가해학생에 대한 많은 선입견들과 문제상황들의 방치 가운데 더욱 깊은 덫에 갇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모인 이번 청소년 힐링 캠프에서는 가해학생들의 고민과 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을 위한 상담, 예술치료를 통한 치유, 부모의 심리검사와 그에 따른 상담등이 빈틈없이 이뤄졌다.

▲ 캠프 초반 여러 문제 상황과 고민들로 움츠러든 모습의 청소년들.
ⓒ 데일리중앙 김나래
특히 캠프 사이사이 아이들이 직접 날개를 그려 자신의 등에 붙이고 날개의 존재 이유를 발표하는 시간,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과 연극·미술·음악·촬영등을 통해 자신의 내외적 상태와 친구들의 어려움을 나누는 시간등은 많은 치유와 회복이 있었다.

캠프 마지막날 총체적 공연을 통해, 캠프 기간내내 준비한 모든 프로그램을 부모님과 친구들 앞에서 마음껏 나누는 시간은 눈물과 웃음으로 희망이 꽉 들어찬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미술,음악,글,공연,촬영 등을 통해 마음을 여는 아이들.
ⓒ 데일리중앙 김나래
서로서로의 전화번호를 나누고 각자, 집에 돌아간 이후에도 SNS와 통화를 통해 소식을 나누던 아이들.

그 가운데 가슴아픈 소식을 접했다. 처음 그곳에서 내가 그 아이들에게 멘토의 자격이 있을까? 그 아이들이 내게 선생님이라 부르는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망설임도 잊을만큼 자연스레 함께 어울렸던 아이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한 아이의 안타까운 소식였다.

촬영팀은 나눠서 촬영 후 식사를 조금 늦게 하는 편이다.

식당에 도착해 식사를 하는데 작고 귀여운 한 아이가 웃으며 구석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뒤늦게 식사하는 모습을 부끄러운듯 한 구석에서 보던 아이는 우리가 식사를 마치자 손에 꼭 쥔 분홍색 행주를 들고 걸어와 식탁을 닦기 시작했다.

조금 미안한 마음에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거야? 그냥 가도 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저 또래지킴이예요. 제가 해야 할 일이예요"라고 말하며 묵묵히 의자정리까지 마쳤다.

다음날 아침에도 점심에도 끝까지 닦고 정리하던 아이, 15살 상현이.

한낮에 다음 촬영을 준비하며 앉아있는 우리에게 다가온 아이들. 그 가운데 낮익은 상현이.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위해 놓인 바디페인팅 물감을 집어 나의 왼팔에 장미를 그려줬다. 그리고 Rose(로즈:장미)라고 적었다.

여러색을 섞어 싱그럽게 그려준 그 장미. 후에 상담 결과를 통해 알게된 사실은 상현이가 미술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소중한 기억을 품고 집에 올라가는 버스에 오르자 상현이가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통화한 상현이는 너무도 수줍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와 아직도 팔에 남아있는 장미를 보는데, 선생님들과 캠프 참여했던 다른아이들로부터 상현이의 소식을 들었다.

상현이가 캠프 해단 다음날 재판을 거쳐 소년감별소에서 한달간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것이다.

소년감별소는 소년을 위한 시설로, 가정 법원으로부터 관찰, 보호 조치의 대상으로서 송치된소년을 수용해 교정 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조금 더 격려와 위로를 해주지 못하고 보낸것이 조금 많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진 가운데, 다른 친구를 통해 상현이가 그곳에 가게된 모든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상현이에 대한 마음을 담아 편지처럼 몇 자 적어본다.

"15살 상현이는 자전거를 훔쳐 달리다가 돌려줬습니다. 약한 친구를 때렸고,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자동차를 훔쳐 번갈아 운전했습니다.

그래서 재판 후 어제 감별소로 보내졌습니다. 그곳에서 한 달의 시간동안 교육 받으며 다음의 길을 기다립니다.

마지막 사건은 뉴스에도 보도됐습니다. 상현이는 누가봐도 소위 문제아이고 그래서 일반 학생과 구별되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켜 본 상현이는 칭찬 한마디에 아침,점심,저녁 식탁을 모두 닦으며 웃는 아이. 친구들 팔에 장미를 그리고 글을 써주는 가슴따뜻한 아이였습니다.

캠프해산을 앞두고 전 날 내려오신 상현이 어머니는 인터뷰 후 조용한 시골길을 걷다가 상현이를 칭찬하자 "어머, 내가 우리 애에게 그런 좋은면이 있는 줄 모르고 걱정만 했네요. 정말 그런 줄 몰랐네요."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스니다.

그 아이들의 특징이 적힌 종이를 보고 있으면 지금 내 눈앞에 눈부시게 웃고 있는 아이가 여기에 적힌 아이가 맞는지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어렵고 고된 환경에서 견뎌냈는지 이 모든 상처와 아픔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 아이들은 누구로부터 문제성향을 배웠고 무엇때문에 돌발상황들을 표출하게 됐을까요? 제 생각에는 폭력도 교육된 것입니다.

좋은 교육이 있듯이 나쁜것도 그 하얀 아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받아들입니다. 처음엔 아프죠. 힘들죠. 그러다 살아남기위해 자신이 아픔을 가합니다.

이 아이들이 캠프에서 적어낸 글들을 모아 한 선생님이 대본으로 엮으셨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스탠바이미·아이언맨·질주·숲·컬러 등 제가 관심있어하고 일기에 적었던 꿈과 현실 두려움들이 이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너무도 놀랐습니다.

홀로 힘겹게 근로하시는 엄마와 저녁에 치킨 먹으며 얘기나누는게 꿈이라는 소녀 한별이. 날마다 야식을 시켜 함께 먹자고 하시는 가족에게 살찐다며 푸념한 제가 그 아이보다 얼마나 어리석어 보이던지요.

상현이의 자동차 질주는 범죄라는 이름의 '스포츠카를 타고 달려 영국을 여행하는 꿈'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아이의 잘못은 반드시 댓가를 치뤄야하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한 법을 기대하는건 너무 무리일까요?

꿈이 꺾이지 않고 그 아이가 그려낸 싱그런 장미처럼 향기를 퍼뜨릴 수 있는 '성장을 위한 반성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여기는 분이 계시다면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며, 이 아이들의 꿈이 우리의 미래 입니다.'"

한달 뒤 환히 웃으며 미래를 꿈꾸는 희망찬 상현이와 친구들의 모습을 오늘도 기대하며, 외국의 한 드라마에서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해준 구호를 외쳐본다.

"얘들아! 꿈에 두근거리고 내일에 반짝거려라."

▲ 그림에 소질이 있는 캠프 참가 학생이 그려준 꽃.
ⓒ 데일리중앙 김나래.
오늘 네가 흘린 눈물이 내일 빛나는 미소가 되기를 응원할께.

김나래 기자 nlkim007@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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