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먼 타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이제 마지막을 향해가는 봄의 정취를 놓기 아쉬운 듯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알아본 시민들이 화들짝 놀란 듯, 짧은 감탄과 함께 순식간에 몰려와 함께 사진 찍기를 청해, 산책길은 거북이 걸음처럼 느긋하게 이어졌다.
두 사람의 동행을 눈치챈 취재기자들의 질문세례에도 오늘의 행보가 정치논의가 아닌, 시민과의 봄 나들이의 시간으로 마음먹은 듯 말을 아끼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분위기였다.
"엄마! 타요 시장님이다."최근 서울시의 자랑이자 기쁨이 된 타요 버스의 높은 인기만큼이나 박 서울시장의 인기도 높아졌다.
부모님과 함께 한 아이들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타요 시장님"이라 부르며 따라와 미소를 자아냈다.
외국인 관광객과 이주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가운데 박 서울시장은 유창한 영어로 '타요 버스' 탑승을 권해 서울시장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충체육관에서 남소문터 그리고 팔각정에 이르는 길 가운데 뜻 깊은 장소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100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역사적인 현장이다. 일제 조선신궁 건립으로 일부는 철거되고 땅속에 묻혀 훼손됐던 아픔이 있는 땅이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서울시 오해영 푸른도시국장은 "2013년 1월부터 남산회현자락의 3단계에 걸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이 사업을 통해 "한양도성의 보존 및 정비에 주력하고,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에는 "설계용역 및 발굴구간의 사업을 시행한다"며 "학술회의를 개최, 회현자락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고 한양도성 보존 정비 및 활용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시대의 한양도성과 조선신궁, 근·현대사를 담아낸 분수광장이 중첩된 역사를 담아 설계 방향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서울시장은 이 사업의 역사적 의의와 과거로부터 이어온 수도 한양에서 서울까지의 흐름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문 의원에게 "아픈 역사지만 고스란히 보존·정비해 시민들이 바른 역사관과 애국심을 갖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분수광장에 대해 설명하고, 활기찬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어느새 팔각정에 다다른 문 의원과 박 시장은 땀을 닦으며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고 걸음을 함께한 기자들과의 오찬 장소로 이동했다. 날은 흐렸지만, 가볍고도 맑은 바람에 꽃잎들이 흩날리는 경쾌한 풍경이었다.
김나래 기자 nlkim007@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