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여중고 학생들, 학교옆 경마도박장 철회 강력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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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여중고 학생들, 학교옆 경마도박장 철회 강력 호소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4.07.1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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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7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철회'를 호소하고 있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
ⓒ 데일리중앙
"마사회, 이제 중단하세요!"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17일 국회를 찾아와 화상경마도박장(마권장외발매소) 철거를 호소했다.

교복을 차려입은 앳된 여학생들이 또래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은 사라지고 비장하고 우울한 얼굴로 국회 이곳저곳을 돌며 호소문을 나눠주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성심여고 총학생회장 한채을 학생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마사회는 근방에 6개의 학교가 있고 주택가가 밀집된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세우면서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4년동안 건물을 지어왔다'며 실상을 고발했다.

이어 '작년 5월에서야 교사와 주민들이 알고 이를 강력히 반대해 마사회 쪽은 개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기어코 6월 28일 시범 운영 명목하에 개장했다'고 밝혔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전부터 저녁 7시 50분까지 운영할 계획인데 이는 학생들이 등, 하교하는 시간과 토요일 자율학습 시간이 겹치게 되므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주말에는 많은 주민들과 학생들이 경마장 바로 옆에 영화관과 문화,편의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험에 상시로 노출된다고 전했다.

한채을 학생회장은 경마객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가정과 삶을 파탄시키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는 정신적 충격뿐 아니라 신체적인 해를 입게 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월 28일 시범운영이라며 개장한 뒤 성심여중 학생들이 하교를 하던 중 경마장에서 나오던 한 취객이 휘청거리며 깨진 술병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한 것.

또 이 학생은 용산 화상경마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다면 이보다 더 심한 사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한편 마사회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CCTV와 무술경호원을 배치해주겠다고 한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고가 이미 난 뒤에 CCTV와 무술경호원은 아무 쓸모 없다"면서 '이것을 언급한 것 자체가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범죄가 일어났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노란색 호루라기를 목에 걸어 본인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도구라며 절박한 심정을 내비쳤다.

어린 학생들이 어른과 정부를 믿지 못하고 호루라기를 목에 걸어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그 심각성을 즉각 받아들이고 학생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문혜원 기자 hmoo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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