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수중동굴,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방치로 훼손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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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수중동굴,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방치로 훼손위기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4.08.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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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m~수km 수중동굴을 110m 조사해놓고 '다'급... 유기홍, 정밀조사 실시 촉구

▲ 충북천연동굴일제조사 보고서 중 영천동굴 부분. (자료=문화재청) 
ⓒ 데일리중앙
국내 최장 수중동굴이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허술한 조사와 방치로 훼손 위기 놓였다.

최근 최소 210m의 단양 영천동굴과 최장 수km의 길이를 가진 수중동굴이 발견됐지만 문화재청과 단양군청의 허술한 조사와 사후조치로 수년간 이 동굴이 방치돼 온 것.

국회 교문위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은 28일 문화재청에서 제출받은 '충북천연동굴일제조사(2008년 12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화재청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수중동굴 부분은 조사하지 않은 채 동굴 입구에서 수중동굴이 시작되는 부분까지만 조사하고 영천동굴의 길이가 110m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수중동굴을 조사하지 않고 영천동굴의 문화재적 가치를 '다'급으로 평가했다 한다. '다'급은 시도지정 문화재 자료 정도의 가치를 뜻한다.

단양군청 역시 올해 4월과 6월 실시한 현장조사에서 동굴 입구에서 수중구간 시작점까지만 조사한 뒤 110m~130m의 길이를 가진다고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문화재청과 단양군 모두 현재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210m의 절반 정도밖에 조사하지 않고 영천동굴을 '다'급으로 처리한 것이다.

최근 영천동굴의 수중동굴부분을 탐사한 전문가들이 수중동굴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천동굴이 210m가 넘어 국내 최대규모 수중동굴이므로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일제조사를 마친 후인 2009년 문화재청은 충청북도(단양군)에 해당 동굴이 '다'급(지방 문화재자료)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통보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인 충북도청과 단양군청은 해당 동굴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유기홍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28일 국내 최장 수중동굴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위해 정밀조사를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 데일리중앙
영천동굴이 '다'급이라는 통보를 받은 충청북도청은 영천동굴을 시도지정 문화재자료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나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화재청도 영천동굴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급이 아니라는 '일제조사결과'를 이유로 삼아 사후 관리를 소홀히 했다.

문화재청과 충북도청(단양군청)이 영천동굴을 방치하는 사이 약초꾼들이 영천동굴의 '관박쥐와 일반박쥐를 남획했다'는 마을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영천동굴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영천동굴 입구와 불과 270m 떨어진 곳에는 6만㎡ 넓이의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설 예정. 또한 동굴 입구에서 500~6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석회석 광산에서는 하루에 약 926kg의 폭약을 사용해 석회석을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유기홍 의원은 "최근 우리나라 최대 수중동굴로 알려진 영천동굴이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허술한 조사와 방치속에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며 "전문가들이 영천동굴의 보존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만큼 문화재청은 시급히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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