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출신 귀화신청인 민수씨, 국적법 헌법소원 제기
상태바
네팔 출신 귀화신청인 민수씨, 국적법 헌법소원 제기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4.11.04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부, '품행 미단정'으로 귀화 불허... 인권단체 "명확성·법률유보·과잉금지 원칙 위배"

▲ 지난 10월 10일 법무부로부터 귀화불허가처분을 받은 네팔 출신 티벳인 라마다와파상(한국명 민수)씨가 4일 처분의 근거인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06년 한국인과 결혼한 민수씨는 현재 아내(사진)와 3명의 자녀와 함께 한국에 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지난 10월 10일 법무부로부터 귀화불허가처분을 받은 네팔 출신 티벳인 라마다와파상(한국명 민수)씨가 처분의 근거인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997년 입국한 민수씨는 2006년 한국인과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이민(F-6) 자격으로 지금까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장모와 아내, 3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민수씨는 2013년 귀화 신청을 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까지 통과했지만 지난 3월 법무부는 민수씨가 '품행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귀화를 허가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네팔·티베트 음식점 '포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민수씨가 2011년 서울 명동 재개발에 맞서 강제철거를 막다가 벌금 5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을 핑계로 댔다고 한다.

지난 4월 민수씨는 귀화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소송 계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

국적법 제5조는 외국인의 일반 귀화 요건으로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 등과 함께 ▷품행이 단정할 것(제3호)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품행 단정'의 구체적 기준은 국적법이나 같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규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이러다보니 추상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이처럼 '품행 단정' 규정은 "그 자체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구체화한 하위규정도 없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품행 단정'의 구체적인 기준을 법령 등에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 담당 변호사인 해우 법률사무소 백신옥 변호사는 "귀화요건으로 본국과 한국에서의 범죄경력 중 파렴치범죄나 중범죄를 범한 경우가 아닐 것을 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도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품행 단정'이라는 매우 불명확한 요건만을 규정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민수씨에게 유죄 판결을 한 1심 판사도 판결문에 "이 사건 범죄는 방어적이어서 반사회적이거나 파렴치한 것은 아니므로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피고인을 위해 지적해 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항의할 수 있고,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형사처벌을 당하더라도 강제퇴거나 이로 인한 가족들과의 생이별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나 민수씨와 같은 귀화 신청자는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헌재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민수씨가족의친구들'은 "우리는 가족과의 생이별을 걱정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는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가진 권리라는 관점에서 헌재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이 기대된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