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흐르고 또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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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흐르고 또 흐르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1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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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론]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더 좋아라'... 늦가을 풍경에 취해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감겼는데/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이 지나고 다음주면 소설,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11월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새삼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생각하며 무엇엔가 쫓기는 마음이 된다. 덧없이 가는 세월에 까닭없이 비애를 느끼게 되는 것도 이맘때다.

바람이 부는가. 이따금씩 차가운 강바람이 땸을 때린다.

"이렇게 소중히 걸어가고 있는 내 마음 속에 사라지지 못할 슬픔과 고독이 몸부림쳐 젖어 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영원히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시인 노천명은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이렇게 슬퍼했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여전히 살아볼 만하고, 게다가 아름답고 누릴 게 더 많은 것 같다.

고개를 들면 멀리 억새풀이 길게 손짓하고 저 너머 먼 산에는 능선을 따라 산 허리까지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 늦가을 단풍이 온통 불이 붙었다.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감겼는데/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가을의 정취에 취했던 가인 김천택은 단풍을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영탄했다. 가인이나 시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조화에 의한 빛깔의 경이로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맑은 물 흰 모래/ 갈매기는 비상하는데/ 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한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
깊어가는 가을산의 풍경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한데···.

"맑은 물 흰 모래/ 갈매기는 비상하는데/ 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한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

사명대사는 또 늦가을 풍경을 이렇게 영탄했다.

서릿발에 휘날려 떨어지는 낙엽들, 노란 은행잎이 쌓여가는 것을 볼 때 우리의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자연은 거칠어진 마음을 순화시켜준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디 가슴을 열어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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