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바이러스, 파묻어도 되살아나... 백신 소용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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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바이러스, 파묻어도 되살아나... 백신 소용없나?
  • 허윤하 기자
  • 승인 2015.01.0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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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맞은 한우, 구제역 판정... 접종 횟수보다 규정대로 놓는 게 중요

▲ 안성시 한우농가에서 백신을 맞은 한우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매몰된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 백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림=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 데일리중앙
안성시의 한우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맞은 소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아 백신에 대한 농가주의 불안이 높아져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재앙에 가까웠던 구제역 파문. 엄청난 양의 돼지를 땅에 파묻던 보도 장면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충북 진천의 돼지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던 구제역이 30여일만에 용인을 거쳐 안산까지 확산됐다.

문제의 한우가 발생한 안성지역의 축산농가에선 혹여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진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해당지역 농가주 윤상문씨는 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6개월에 한 번씩 백신접종을 하는데 항체가 생겼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채찬희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백신을 3년간 놓고 나서도 구제역이 발병한 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실수"라고 진단했다.

이어 "혹시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겨울철이 되면서 활동성이 늘어난 게 아닐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채 교수는 "매몰된 상태에서도 (바이러스가) 20일~40일은 살아있다"며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면역 형성이 잘 안되는 개체에 잠복해있다가 겨울철이 되면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몽땅 묻어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점을 중요하게 본 채 교수는 "매몰처리된 부위를 완전히 규정짓지 않으면 야생동물에 노출되거나 부설물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며 더욱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일각에선 백신접종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안성 축산농가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94%에 가까워 백신을 무조건 신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채 교수는 "어떤 백신도 더 많이 놓는다고 해서 100% 항체를 형성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규정대로 정확하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계속 추가하면 백신 피로현상이 생겨 항체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용량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백신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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