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재앙에 가까웠던 구제역 파문. 엄청난 양의 돼지를 땅에 파묻던 보도 장면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충북 진천의 돼지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던 구제역이 30여일만에 용인을 거쳐 안산까지 확산됐다.
문제의 한우가 발생한 안성지역의 축산농가에선 혹여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진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해당지역 농가주 윤상문씨는 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6개월에 한 번씩 백신접종을 하는데 항체가 생겼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채찬희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백신을 3년간 놓고 나서도 구제역이 발병한 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실수"라고 진단했다.
이어 "혹시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겨울철이 되면서 활동성이 늘어난 게 아닐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채 교수는 "매몰된 상태에서도 (바이러스가) 20일~40일은 살아있다"며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면역 형성이 잘 안되는 개체에 잠복해있다가 겨울철이 되면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몽땅 묻어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점을 중요하게 본 채 교수는 "매몰처리된 부위를 완전히 규정짓지 않으면 야생동물에 노출되거나 부설물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며 더욱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일각에선 백신접종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안성 축산농가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94%에 가까워 백신을 무조건 신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채 교수는 "어떤 백신도 더 많이 놓는다고 해서 100% 항체를 형성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규정대로 정확하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계속 추가하면 백신 피로현상이 생겨 항체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용량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백신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