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법정, 인파는 북적-가격은 미적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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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법정, 인파는 북적-가격은 미적 '엇박자'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1.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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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50대1 '초경합' 물건 속출... 매각가율은 사상 최저

지난 1월 5일 성남지원 경매법정. 올해 첫 경매가 열린 이날 경매법정에는 500명 가까운 인파로 북적였다. 바깥은 영하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법정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실내 온도가 올라가자 집행관은 온풍기를 끈 채 경매를 진행했다. 법정 안에 채 들어가지 못한 응찰자들은 집행관이 이름을 부를 때 복도에서 대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IMF 구제금융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의 시장인 경매로 내집 마련 내지 재테크를 해보고자 분위기를 살피거나 경매 방법을 체험하려고 온 사람들. 경매 시작부터 끝까지 3~4시간을 진지하게 경매 진행을 주시하는 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수익을 꿈꾸는 예비 투자자들이다.

▲ 수도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수 추이. (자료=지지옥션)
새해 들어 썰렁했던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하루에 1개 꼴로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초경합' 물건이 나오는가 하면 개찰이 마감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매시장이 과열된 몇 년 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던 과거의 경매 고수들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혹한의 날씨 속에 경매법정은 열기가 점차 가열되고 있다.

13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포함)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7.4명으로 한 달 전의 5.2명 보다 2.2명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2명이 더 많다.

인천 지역 아파트 경매 경쟁률도 14.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지난달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 역시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가 지난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응찰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50대 1을 넘는 물건도 속출하고 있다. 해가 바뀐 지 불가 열흘 남짓 사이(경매 진행 일 기준 7일)에 응찰자가 50명을 넘는 이른바 '초경합' 사건이 5건이나 나왔다.

12일 입찰이 진행된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현대아파트 214동 1408호(전용면적 149㎡)에는 57명이 응찰해 3억589만원에 매각됐다. 8일 새 주인을 찾은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무지개마을아파트 6동 203호(전용면적 85㎡)에는 무려 98명이 몰려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102동 306호(전용면적 102㎡)에는 기간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57명이나 입찰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 각 지역별 아파트 매각가율 추이. (분석 대상 :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자료=지지옥션)
엄청난 응찰자가 몰린 것에 비해 매각가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최근 경매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50명 이상이 치열한 경쟁을 별여도 매각가율은 5건 모두 70%대가 고작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와 강남3구 월평균 매각가율이 지난 12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각가율은 7월부터 내리 하락하더니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지면서 69.2%로 주저앉았다. 이는 2001년 지지옥션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강남3구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12월 아파트 매각가율은 서울 지역 전체보다 낮은 67.6%로 집계됐으며 이 또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들어서 매각가는 12월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강남권은 오히려 내리고 있다. 법정이 북적거리는 것에 비해 가격을 제시하는 면에서는 높은 가격을 쓰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응찰자수와 가격은 비례하지만 지금은 응찰자는 몰려도 가격을 견인하지 못하는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는데 이는 가격 회복이 더딜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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