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06]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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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06] 제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5.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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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한때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새였습니다. 봄이 되면 무리를 지어 날아와 지지배배 울어대며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부화를 하던 녀석들.

구전 가요나 이야기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요즘 말로 국민철새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본 저 녀석이 너무 반가워, 사진 한장 찍으려 한참을 기다릴 정도로 말입니다.

매년 무리지어 오다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춘 녀석들. 어찌 생각하면 그런 녀석들이 조금 서운하기도 합니다. 신의가 있니 없니, 그래서 철새니, 원망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건 녀석들 탓이 아닙니다. 농약으로 땅이 오염되어 먹을 게 없고, 알을 낳아도 제대로 부화가 되지 않으니 녀석인들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관계나 현상에 변화가 생기면 상대를 탓하기에 앞서 내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쌍생쌍멸이라고 남 탓의 근저에는 항시 내 탓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최근에는 돌아오는 제비가 늘어나고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제비는 희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통하니 오늘 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제비를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영남이 부르는 '제비'라도 들으며 말입니다.

먹구름 울고 찬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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