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비수처럼 뇌리를 찌르는 강렬한 색깔, 꽃잎에 철철 넘치는 관능적이고 농염한 자태, 거기에 환각을 느끼게 하는 마약성분까지 있다니...
목석이 아닌 이상 어찌 담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 꽃에 왜 양귀비란 이름이 붙었는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이름을 빌린 꽃이 이러할진대 역사 속의 양귀비는 어떠했겠습니까. 젊어서 태평성대의 선정을 펼치던 당나라 현종을 나랏일을 팽개칠 정도로 만들어버렸으니, 그 팜므파탈의 마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저 꽃으로도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일설에 의하면 양귀비의 손가락이 긁히자 그것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준 것이 반지요, 볼 일 보러 뒷간에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 옆에서 보도록 만들어준 것이 요강이라지요.
하지만 그런 천하의 양귀비도 결국은 현종의 버림을 받아 죽음에 이르렀으니 화무십일홍이란 말 또한 틀린 것은 아닌가 봅니다. 꽃은 지게 마련이고, 환각은 깨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저 또한 저 꽃의 환각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아직도 선홍의 꽃잎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니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타박하지는 마십시오. 그저 잠시 마음만 싱숭생숭할 뿐이지 이 깊은 산중에서 무얼 어찌하겠습니까.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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