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15]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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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15] 들풀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5.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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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계절의 여왕 5월은 뭐니뭐니해도 꽃의 세상입니다. 철쭉에서 이팝, 아카시아, 양귀비에 때 이른 장미까지,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해 세상을 물들였습니다.

하지만 꽃 덕분만은 아닙니다. 사방천지에 돋아난 샛푸른 풀, 어느 한사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저 들풀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 풀의 푸르름이 없다면 백화의 화려함도 빛을 잃고 퇴색할 것이요, 5월의 영광 또한 무너져내릴 것입니다.

꽃의 화려함에 가려 빛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저 풀이 있기에 5월의 세상이 밝고 싱그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들풀 또한 5월의 당당한 주역입니다.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의 그늘에 가려 누구 한사람 보아 주고 알아 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저 들풀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세상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로 인해 그래도 살만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5월도 어느새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이번 한 주만큼은 꽃에 가려 이름 한번 불리지 못했던, 그래도 5월을 만든 당당한 공신인 저 들풀에게도 관심을 갖고 박수를 보내는 그런 한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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