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마침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만 가끔 입을 벌리며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녀석. 아, 생명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보고 있는 제 심장이 덩달아 꿈틀거렸습니다.
세상을 향한 부단한 몸짓.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생은 어미가 낳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고 미미해 기껏해야 어미새의 관심밖에 불러오지 못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 저 여린 꿈틀거림이야말로 생을 여는 위대한 몸짓이 아닐런지요.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50여 년 전 저 또한 저와 비슷한 몸짓으로 세상에 나와 꿈틀거림을 시작했겠지요. 위대한 몸짓으로 제 생을 열었겠지요.
그렇게 시작한 생이니 엄마가 낳은 게 아니라 내가 나온 생이니 정말 멋지게 한번 살아봐야 하는데...
나는 지금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지, 저렇게 힘들여 나온 생의 의미는 알고 있는지... 저 작은 생의 꿈틀거림을 보며 제 생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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