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오를 하루만이라도 잠을 실컷 잘 수 있었으면
대학의 '좁은문' 앞은 꼭두새벽부터 장터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선배들을 격려하는 후배 재학생들의 격문, 고함소리와 사물놀이에 스님 목탁소리가 어울려 더 요란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득한 기억 저편 우리가 열 아홉살이던 때도 저랬었지.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긴장 속에 치러진 시험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은 흘러도 입시 풍경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예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입시 한파가 없어 수험생들이 한결 안도했다. 게다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애들이 잠을 실컷 잘 수 있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독일 시인 에리히 케스티나는 '인생을 되풀이 할 수 있다면'이란 시에서 이렇게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다시 한번 열 여섯살이 되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학교에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 동무를 부르고 싶다/ 거짓을 말한 친구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 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
이렇듯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 같지만 중3, 고1 또래인 우리의 열 여섯살에게는 그렇게 아름다운 꿈을 펼치고 사람다운 마음을 심을 겨를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험생, 학부모들이 마음 편히 잠을 실컷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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