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세월호 참사때 대통령 심기 걱정... "임무 충실한 것"
상태바
이정현, 세월호 참사때 대통령 심기 걱정... "임무 충실한 것"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7.01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여 명이 죽어가는데 KBS에 전화 걸어 "그 기사 빼!"... 야, 대통령 사죄 및 직접 해명 촉구
▲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KBS 보도국장에서 전화를 걸어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빼고 정부의 책임을 축소하는 내용의 뉴스를 주문하는 등 K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당시 KBS 뉴스 화면.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 개입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공개적인 대국민 사죄를 요구하고 있고 청문회, 국정조사와 같은 후속 대책도 고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한 통화 내용 녹취록이 지난 6월 30일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 내용은 충격적이다.

2014년 4월 21일과 30일에 걸쳐 오간 대화 내용에서 이정현 수석은 시종일관 정부의 책임을 축소시키고 대통령의 심기를 걱정하며 KBS 보도국장을 어르고 달래고 있다.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 가지고 되겠나"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든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번만 더 해 주시오" "KBS가 저렇게 다 보도하면..."  

이정현 수석은 KBS 보도국장에게 이렇게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읍소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를 빼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책임을 축소하고 여론을 조작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녹취록 어디에도 죽어가는 300여 명의 국민에 대한 걱정은 없다.

이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국민의 살려달라는 절규를 외면한 채 청와대는 대통령의 심기와 정권의 안위만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부를 믿고 따라야 하는 국민은 분노를 넘어 참담할 지경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그동안 왜 그토록 세월호 참사 진실의 문을 막아서는지 이번 일로 더욱 명확해졌다.

참사 당시 해경 123정의 늑장 대응으로 인한 구조 실패와 청와대 관계자의 구조 방해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박근혜 정부는 뭘 더 숨기고 싶은 것일까. (만평=김진호)
ⓒ 데일리중앙

야당은 대통령의 묘연한 7시간 동안의 행적과 먹통이 된 재난대비체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다시 대여 공세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가히 충격적이다. 개별기사를 넣고 빼는 문제, 심지어 보도의 아이템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정현 수석의 발언 중 '대통령이 뉴스를 보셨다. 그러니 그 뉴스를 빼달라'고 말한 대목을 주목한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뉴스를 보신 대통령께서 홍보수석에게 지시했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대통령이 직접 이 정부의 비판적인 보도를 빼도록 지시한 혐의가 인정되는 발언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에게도 "어떤 절차로 대통령이 그 뉴스를 봤고 그 뉴스에 어떤 태도를 보였으며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더민주는 국회 미방위에서 이 문제를 조목조목 다뤄보고 제대로 해명이 안 될 경우 후속 대책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정의당도 이번 사태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세월호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전방위적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증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정현 전 수석의 행태 등 공영방송을 통해 이뤄진 진상 덮기와 여론조작 행위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정의당은 이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은 충분히 보장돼야 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끝까지 진실의 문을 닫으려한다면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반응은 영 딴판이다.

이종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관련 KBS 보도 개입에 대해 "홍보수석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아마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세월호 진실을 감추기 위해 공영방송인 KBS에 부당한 간섭을 한 게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청와대의 태도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정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